“해외에서 납치 될라…”美기업간부들 출장때 보안비상

  • 입력 2002년 7월 3일 18시 05분


해외 출장이 잦은 미국의 기업 간부들에게 요즘 ‘납치 비상’이 걸렸다고 뉴욕타임스지가 2일 보도했다. 세계 곳곳에서 납치, 테러, 강탈 사건 등이 하루가 멀다하고 언론을 장식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의 플라스틱 제조사인 ‘노바 케미컬스’의 마이클 슈워츠 해외영업 부장(54)은 지난 10년 동안 유럽과 아시아 등지로 출장을 다녔지만 요즘처럼 보안에 신경 쓴 적은 없었다. 그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들 지역에서조차 사전에 계획된 대로 행동한다. 공항에 내려 미리 예약한 택시기사를 만나 호텔로 간다. 호텔에서는 경비의 호위를 받으며 방으로 가며 보안 상태가 확인된 리무진 차량을 이용해 외출한다. 식당에는 절대 혼자 가지 않는다. 외출할 때는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오메가 손목시계는 저렴한 스와치시계로 바꿔 찬다.

최근 납치와 테러에 대비한 보험상품이 잘 팔리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험사 AIG보험과 처브그룹은 납치 됐을 때 협상 전문가를 파견하고 몸값을 내주는 보험상품 판매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보험사는 비행기 납치, 강도 등까지 보상하는 ‘납치 패키지’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필리핀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납치 사건이 발생하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위험한 곳으로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을 꼽는다.

이들 국가에서는 밤늦은 시간에 식당 밖으로 나오는 술취한 해외 출장자를 노린 ‘급행 유괴(express kidnapping)’가 자주 발생한다. 납치범들은 피랍자들을 차에 실어 인근의 자동현금지급기로 끌고 가 신용카드를 뺏은 뒤 최대 한도로 돈을 인출한다. 이들은 보통 자정이 넘길 기다렸다가 다시 한번 돈을 인출한다.

일부 기업들은 이런 불상사를 막기 위해 해외 출장자에게 ‘납치범 피하는 법’ 등의 교육을 실시해 달라고 경비회사에 의뢰하는 곳도 있다. 경비회사들은 교육 이외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출장 전 여행 경로와 비행 시간을 바꾸도록 권하기도 한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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