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7월1일부터 법적 효력

  • 입력 2002년 6월 30일 19시 03분


《대량학살과 전쟁범죄 등 반인도적 범죄를 처벌하는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일부터 네덜란드 헤이그에 설치돼 상설기구로 가동된다. 이에 따라 전쟁 등 반인륜적 범죄는 모두 ICC에 제소돼 엄벌에 처해진다. 그러나 미국이 ICC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 데다 러시아 중국 아랍 등 주요 국가들이 빠져 있어 사실상 ‘반쪽 출범’이라는 한계도 안고 있다.》

▽ICC란〓반인도적 범죄 처벌을 위한 인류 최초의 상설 법정이라는 데 역사적 의미가 있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뉘른베르크 법정과 도쿄법정을 필두로 최근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 대통령에 대한 유고슬라비아 전범법정 등이 ICC의 ‘선배’격이나 모두 한시적 기구였다.

▼전쟁관련 반인륜범죄 기소▼

ICC는 4월 ICC 설치를 규정한 로마조약의 발효기준(비준국 60개국 이상)이 충족된 데 따라 1일부터 법적 효력을 갖게 됐다. 98년 139개국이 서명한 로마조약에 대해 모두 69개국이 비준절차를 마쳤다. 유고슬라비아 전범 재판소가 설치돼 있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ICC가 설치된다. 2007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재판소 건물에 대한 건축설계 입찰이 진행중이다.

ICC는 9년 임기의 재판관 18명과 검사·조사관 선정 등 실무작업을 거쳐 내년 초 본격 업무를 시작한다. 이를 위해 9월 헤이그에서 ICC 설립을 위한 예산 분담과 행정체계 구축, 재판관 선임 등을 논의하는 참여국 회의가 열린다. 재판관 추천을 위한 자문위원회도 곧 꾸려질 예정.

‘주권 침해’ 소지를 막기 위해 ICC는 기소 대상자가 속한 국가가 처벌을 거부하거나 처벌할 수 없을 때에 한해 재판절차를 시작한다. 그러나 기소 대상자의 국가가 ICC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ICC 참여국 안에서 범죄가 일어났을 때는 ICC가 관할권을 갖게 된다.

▽남은 숙제〓미국과의 마찰이 풀어야 할 과제다. 미국은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평화유지군 등 자국민이 정치적 목적으로 전범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자국 평화유지군에 대한 ICC의 면책권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평화유지군 예산의 27%에 달하는 자국 분담금을 삭감하고 평화유지군에서 철군하겠다는 엄포도 놓고 있다. 그러나 15개 회원국 전부가 ICC를 지지하는 유럽연합(EU) 등은 “ICC의 정신을 훼손한다”며 미국 측의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미국만 특권을 누릴 수 없다는 이유다. ICC 규정은 물론 유엔 규정에도 평화유지군은 본국 처벌이 원칙이어서 미국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게 유럽 측의 입장이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중국 아랍 국가들이 참가하지 않고 있는 것도 한계다.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이라크 터키는 ICC 설치를 규정한 로마협정에 서명조차 하지 않았고 이집트 이란 러시아 이스라엘은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 일본도 비준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자금줄이 참여하지 않는 데 따른 재정 불안도 지적된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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