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총선 중도우파 압승…시라크 ‘最强 대통령’ 됐다

  • 입력 2002년 6월 17일 17시 53분


프랑스 총선에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이끄는 프랑스 중도우파가 의회와 내각까지 장악하며 압승을 거뒀다.

집권 1기 좌우 동거의 와중에서 무력하게 휘청거렸던 시라크 대통령을 샤를 드골 대통령 이래 최강의 우파 대통령으로 일신시킨 이번 결과는 결국 장마리 르펜 돌풍으로 대표되는 극우파 부상을 간단히 잠재우면서 그 최종 수혜자가 시라크임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는 구시대로 회귀하며 최근 유럽을 휩쓸고 있는 ‘우파 돌풍’의 연장선상에서 새롭게 그려지고 있는 정치 지형도의 키포인트이기도 하다.

▽중도우파의 세상·좌파의 혼미〓16일 실시된 총선 2차투표 출구조사 결과 중도우파가 하원 577석 가운데 399석을 석권했다. 중도좌파는 178석을 얻었다. 중도우파 중 시라크 대통령 소속 정당(RFR)과 기타 우파정당 연합체인 대통령여당연합(UMP)은 355석을 얻어 단독 과반수를 차지했다.

대선에서 세계를 놀라게 한 르펜 당수의 극우파 국민전선(FN)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채 ‘찻잔 속의 돌풍’을 마감했다. 거국적 반극우 전선이 형성된 소선거구제 아래서 극우파 후보 당선이 어렵다는 현실인식이 지지자들 사이에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르펜 당수는 “프랑스는 대선에서 2위를 차지하고 총선 1차투표 득표율 3위를 차지한 정당이 한 석도 얻지 못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득표율은 우파 55%, 좌파 45%. 투표율은 61%로 제5공화국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중도우파 압승은 지난달 시라크 대통령이 임명한 장 피에르 라파랭 총리의 과도내각을 추인한 셈. 상원 역시 우파가 다수파여서 대통령과 상하 양원, 내각 등을 모두 중도우파가 지배하게 됐다. 이에 따라 시라크 대통령은 상원, 헌법위원회에 이어 하원, 내각 등 주요 정치기구를 한 손에 거머쥐는 초강력 실권자로 거듭나게 됐다. 1980년대 이후 이처럼 우파가 싹쓸이 한 적은 95∼97년 2년여밖에 없었다.

248석으로 하원 제1당이던 사회당은 100석 가까이를 잃게 됐다. 경제정책 성공에 자신했던 좌파 내각이 범죄 이민 등 국민이 피부로 느껴온 불안에 소홀했던 게 패착이었다.

이 같은 몰락의 와중에서 대선 후보였던 장 피에르 슈벤망 전 내무장관과 한때 총리 물망에 올랐던 마르틴 오브리(사회당) 릴 시장, 로베르 위 공산당 당수와 도미니크 부아네 녹색당 당수 등 좌파 집권 연정을 구성했던 거물들이 줄줄이 낙선했다.

▽유럽 ‘우향우’〓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프랑스 총선 결과에 대해 “유럽 우파 바람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3월 포르투갈 총선 우파 승리, 5월 프랑스 대선 1차투표 극우파 돌풍, 네덜란드 총선 극우파 부상에 이어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끄는 좌파성향의 사민당도 9월 총선에서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유럽 좌파는 계속 위축될 전망.

99년(6월17일 기준) 유럽연합(EU) 15개국 가운데 11개국 집권당이 좌파 또는 중도좌파 성향이었던 데 비하면 3년 만에 전세가 완전 역전된 셈이다. 남은 좌파 정권마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민영화 정책이나 노동시장 유연화 등 기존 우파 정책을 속속 도입, 좌우의 ‘색깔차’도 점차 희미해져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단순한 싫증’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과거 영국 독일 등 주요국에서 20년 이상 집권한 우파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좌파를 선택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시계추 현상’일 뿐 특정 이념에 대한 선호가 아니라는 것.

그러나 유럽인들의 정치 냉소주의는 실업이나 이민 문제 등에 대한 좌파정권의 정책실패에서 비롯된 바 크다. 유럽 각국 우파 지도자들이 이 문제를 이슈화하며 성공을 거둔 것이 이를 입증한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총선 결과에 따른 프랑스 하원 주요 정당 예상 의석수(잠정)
정파득표율정당의석(총 577석)
우파55%대통령여당연합355
프랑스민주연합21∼26
극우파국민전선0
좌파45%사회당150∼161
공산당21∼25
녹색당1∼2

[바로잡습니다]

△18일자 A12면 ‘시라크 最强 대통령 됐다’ 기사의 지도 중 룩셈부르크의 위치가 잘못 표시됐으므로 바로잡습니다. 룩셈부르크는 벨기에와 독일 사이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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