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남미 ‘납치 천국’

  • 입력 2002년 6월 12일 17시 59분


경제난을 겪고 있는 남미가 ‘납치의 천국’이 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상파울루 등 남미 대도시들에서는 하루 1, 2명꼴로 납치 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납치 조직들도 기업화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11일 보도했다.

지난해 상파울루 경찰에 공식 신고된 납치 사건은 267건. 최근 1∼2년간 경제위기의 여파로 실업률이 급증하고 실질소득이 감소하면서 99년 19건에 불과했던 납치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납치된 사람들은 주로 몸값을 치를만한 자금력을 갖춘 경제인들. 80% 이상이 사업가 내지 금융인들이라고 상파울루 경찰은 밝혔다.

납치 사건이 증가하면서 납치범들이 요구하는 몸값도 낮아지고 있다. 99년 납치범들은 평균 5만달러 이상을 요구했으나 지난해에는 1만5000달러 이상은 받아내기 힘들 정도로 몸값 수준이 하락했다.

납치 조직은 평균 20명 내외로 기업 형태를 갖춘 가운데 3개 팀으로 나눠 분업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

납치 사건이 급증하고 있지만 20% 이상 예산이 줄어든 경찰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실정.납치 사건을 신고받은 경찰은 납치범을 잡기보다는 피랍인 가족들에게 몸값을 치르고 석방을 기다리라는 실용적인 충고를 해주고 있다.

경찰의 도움을 받기가 힘들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남미의 경제인들은 자체적인 납치 방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상파울루에서는 1만5000대 이상의 방탄 차량이 팔려나갔으며 99년 1000명 정도였던 개인 경호원의 숫자도 3500여명으로 늘어났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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