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첫 흑인 장관 탄생

  • 입력 2002년 5월 30일 10시 07분


영국 최초의 각료급 흑인 장관이 탄생했다.

29일 단행된 영국 개각에서 폴 보텡 금융담당 차관(51)이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국무위원급으로 각료회의 참석자가 되는 공공지출 장관에 임명됐다고 BBC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공공지출 장관은 정부 각부처의 예산지출을 관리하는 자리로 영국 관가에서는 가장 힘든 곳중 하나로 꼽히는 자리. 보텡 장관은 향후 3년간 각 부처에 배정되는 예산심사를 총괄하는 업무를 맡게 된다.

영국 해크니 출신으로 아프리카 가나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보텡 장관은 70년대말 시민운동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 인물. 그는 영국내 흑인과 카리브인들의 교육기회 확대를 위한 단체를 조직해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의 진보적인 정치이념은 87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점차 중도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97년 토니 블레어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 정권 출범이후 보사부 내무부 등에서 경력을 쌓은 보텡 장관은 지난해 총선 이후 금융담당 차관을 맡으면서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보텡 장관은 피부색은 자신의 일부이긴 하지만 그것으로 평가되는 것은 원치 않으며 무엇보다도 먼저 자신은 각료회의에 참석하는 각료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의 직함은 정부 부처의 예산배정을 심사하는 장관이며 그것이 전부다"라면서 "나는 피부색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특징으로 평가받는 사회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흑인유권자운동(OBV)의 리 재스퍼 회장은 "영국 의회정치 역사상 처음으로 흑인 사회는 정부내에 열망의 대상을 가지게 됐다"면서 "보텡 장관의 입각은 흑인 청소년들에게 흑인도 하원의원, 각료, 그리고 총리까지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었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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