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英기자 출입증 미국인부정발급 출국

  • 입력 2002년 5월 26일 18시 17분


‘스미스 마이클 폴’이라는 이름의 미국인(33)이 영국 기자의 월드컵 취재용 출입카드를 대신 발급받은 뒤 출국한 사실이 드러나 월드컵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이 출입카드만 있으면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한국과 일본의 모든 경기장에 들어갈 수 있어 만일 카드가 테러분자에게 넘어갈 경우 대회 안전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6일 경찰청에 따르면 폴씨는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월드컵 국제미디어센터 내 메인등록센터에서 영국 선데이미러지 스미스 폴 마이클 기자의 취재용 출입카드를 발급받았다.

이 사실은 마이클 기자가 20일 출입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메인등록센터에 갔다가 자신의 이름으로 이미 출입카드가 발급된 사실을 알고 경찰에 신고해 알려졌다.

문제의 출입카드는 등록번호 ‘120019571’로 자원봉사자 최모씨(23·공익요원)는 “여권의 이름 등을 확인한 결과 의심할 점이 없어 사진을 촬영한 뒤 발급해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99년 여권을 분실한 적이 있다는 마이클 기자의 진술에 따라 마이클 기자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외국인들의 출입국 사실을 조회한 결과 15일 인천공항으로 입국해 월드컵 국제미디어센터 인근 호텔에 투숙한 용의자 폴씨를 찾아냈다.

경찰이 호텔 감시카메라를 조사한 결과 폴씨는 20일 일본으로 출국하기 위해 호텔에서 체크아웃할 때 문제의 출입카드를 목에 걸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폴씨가 투숙객 명단에 서명한 사인과 출입카드 수령증 사인이 같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폴씨는 일본을 거쳐 24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폴씨가 제3자의 부탁을 받고 출입카드를 발급받아 한국이나 일본에서 카드를 넘겨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폴씨의 이름이 마이클 기자와 비슷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폴씨의 여권이 위조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여권을 위조할 정도면 발급받은 출입카드의 사진도 충분히 위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문제의 출입카드를 이용한 경기장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월드컵 기간에 경기장에 출입하는 외국인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기로 하는 한편 기자와 대회 관계자 등의 출입카드 확인도 강화토록 전국 경찰에 지시했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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