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100만명 유치” 맨해튼 ‘재기의 축제’

  • 입력 2002년 5월 21일 17시 52분


테러에 무너져 내린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빌딩 주변의 큰길들은 이젠 차를 타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다. 몇몇 골목들만 공사중 표지판이나 경찰차로 막혀 있는 정도다. 약간 남아있는 건물 쓰레기도 이달 말에는 말끔히 치워질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2800명 이상이 숨진 이 곳을 시민들은 두려워한다. TV는 WTC 인근의 고층아파트로 이사온 가족의 평온한 얼굴을 비춰주지만 서둘러 이사를 간 사람들 역시 적은 숫자가 아니다. 시민들의 발걸음이 줄어들다보니 가게나 식당의 매상도 형편이 없다.

WTC 빌딩이 있던 로어 맨해튼 살리기에 뉴욕시가 나섰다. 뉴욕시는 ‘2002년 다운타운 뉴욕시 리버 투 리버 축제’를 통해 총 100만명의 관람객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1일부터 9월까지 5개월간 축제에 1500명의 예술가들이 공연 전시 등 500개의 이벤트를 펼친다. 미국인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여긴다는 포크 여가수 셰릴 크로는 30일 맨해튼 남쪽끝의 배터리 파크에서 야외공연을 갖는다. 정통 재즈 섹소폰의 윈튼 마살리스는 7월4일, 재즈 보컬의 카산드라 윌슨은 9월2일 각각 무대에 선다. 축제에 드는 돈은 760만달러(약 100억원)지만 대부분의 행사가 무료다.

로어 맨해튼 부활을 위해 뉴욕시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역점사업은 현재 14%가량 비어있는 사무실을 채우는 일. “9·11 이후 맨해튼은 14번가 아래(로어 맨해튼)와 그 위(미드 맨해튼), 두 개로 나눠졌다”는 부동산업자의 말처럼 로어 맨해튼 입주를 기피하는 심리가 만연하자 각종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뉴욕시 등에서 제공하는 세금 혜택 등을 감안하면 종업원 10명인 중소기업이 5년 임차계약을 하는 경우 미드 맨해튼에선 61만달러가 들지만 로어 맨해튼에선 28만달러면 된다. WTC 인근 회사가 사무실을 옮기지 않으면 종업원 1인당 5000달러의 지원금을 받는 제도도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WTC에 본부를 두고있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8개월간의 외부생활을 청산하고 지난주 로어 맨해튼에 돌아오자 대대적인 환영식을 치러주기도 했다.

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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