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1등국이 4등국으로”…추락하는 日 신용등급

  • 입력 2002년 2월 24일 18시 09분


‘1등 국가에서 4등 국가로.’ 요즘 세계 신용평가회사가 일본의 국채 신용등급을 잇따라 낮추자 일본인들이 자조적으로 내뱉는 말이다.

일본은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초우량국가로 꼽혀 일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는 가장 안전한 투자대상이 돼왔다. 그러나 90년대 말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이 때문에 거액의 국채를 발행하면서 신용등급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무디스의 신용평가에 따르면 일본은 98년 미국 프랑스 등과 같은 최상등급(Aaa)에서 지난해 이탈리아 대만 홍콩 등과 같은 네 번째 등급(Aa3)으로 떨어진 상태. S&P도 뒤늦게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추기 시작해 현재 포르투갈과 같은 세 번째 등급(AA)에 놓고 있다.

무디스는 이달 중순 추가로 일본의 신용등급을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디플레이션이 심화돼 일본 정부의 실질 채무가 늘어나고 신용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또 일본정부가 적절한 정책을 세우지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며 경기침체를 악화시킬 경우 한꺼번에 신용등급을 2단계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다섯 번째 신용등급(A1)인 칠레나 헝가리 체코보다도 못한 나라로 전락하게 된다.

국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국채가격이 떨어져(금리가 상승해) 정부의 자금조달이 어렵게 된다. 지난해 6월 1.1%대에 머물렀던 일본국채 금리(10년 만기)는 무디스의 이번 발표를 전후로 1.5%대까지 올랐다.

이에 대해 일본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무디스는) 일본의 잠재력을 모른다”고 불만을 터뜨리는가 하면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자민당 간사장은 “정책을 총동원해 재정적자를 줄여나가면 더 이상 신용등급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