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메달 빼앗겼다” 러도 부글부글

  • 입력 2002년 2월 24일 17시 48분


캐나다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는 러시아 젊은이들
캐나다 대사관 앞에서 시위하는 러시아 젊은이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문에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국민 감정이 더욱 험악해졌다. 개최국 미국의 불공정한 경기 운영이 계속되자 “이번 올림픽은 애국심을 북돋우기 위한 ‘미국만의 잔치’가 됐다”는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

러시아는 23일 미국과의 아이스하키 준결승전에서 캐나다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패하자 과거 미소 냉전시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강한 분노를 터뜨렸다.

모스크바의 미 대사관과 예카테린부르크의 미 총영사관 주변에는 “양키는 우리 메달을 돌려 달라”는 원색적인 구호와 함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 세계 33개국어로 방송되는 국영 ‘러시아의 소리’ 라디오방송은 한때 올림픽 중계를 중단하기도 했다.

러시아 민영 NTV는 “많은 러시아인들이 ‘악의 축’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미국 동계올림픽조직위라고 믿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각종 스포츠 관련 인터넷사이트는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올림픽 시리즈’가 유행이다.

러시아 선수단은 “피겨스케이팅과 크로스컨트리에서도 판정 때문에 메달을 도둑맞았다”며 22일 한때 선수단 철수까지 고려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만류로 25일 폐막식에 참석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한국의 김동성 선수를 거론하며 “러시아를 비롯해 한국 중국 우크라이나 등이 편파 판정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러시아 의회도 선수단에 철수를 권유하는 결의를 했고,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까지도 유감을 표시했다.

자크 로게 IOC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해명 서한을 보냈으나 푸틴 대통령의 이름을 잘못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러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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