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코노기 미사오 교수 “부시, 惡의 축과 대결 협조원해”

  • 입력 2002년 2월 18일 23시 4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동아시아 순방의 첫 방문지로 일본을 택해 미일동맹 중시 방침을 분명히 했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감을 놀랄 정도로 솔직히 표명했다. 이런 미일 정상회담은 20년 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총리회담 이후 처음이다. ‘악의 제국’인 옛 소련과 대결하기 위해 견고한 미일 관계가 필요했듯이 지금은 국제테러리즘, 즉 ‘악의 축’과 싸우기 위해 부시 대통령은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토대로 동아시아 3국과의 관계를 재구축하려 하고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때처럼 ‘한국 미국 일본의 긴밀한 협조’를 요구하지만 ‘유화(宥和)를 위한 협조’가 아니라 ‘대결을 위한 협조’이다.

아마도 미국의 제1 목표는 이라크이며 이란 북한에 대한 대응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라크에는 정책뿐만 아니라 제도변경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란과 북한에는 정책변경을 요구할 것이다.

‘악의 축’ 발언의 특징은 ‘대화와 억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한 뒤 힘을 바탕으로 교섭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대응방안을 배제하지 않은 채 미사일방위 등 억지력을 강화한다면 북한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우리는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으려 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처럼 간단하지 않다. 일본은 국제테러리즘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동시에 지역정세의 긴장과 혼란을 원치 않는다. 고이즈미 총리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덧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이상으로 북한과의 대화를 원하고 있는 한국 정부가 ‘악의 축’발언으로 받은 충격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게이오대 법학부·한반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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