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자율규제안]“美, 오염배출기업에 선물 준 꼴”

  • 입력 2002년 2월 15일 22시 49분


미국 행정부가 14일 교토의정서 대체 방안으로 발표한 ‘온실가스 자율규제안’에 대해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백악관은 대체 방안에 대해 온실가스를 줄이면서 미국의 이익도 보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고 내세웠지만, 환경단체와 민주당은 기업 위주의 편향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온실가스 자율규제안은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구온난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규제하되 강제성을 두지 않아 미 경제에 돌아올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대로 할 경우 4000억달러(약 520조원)의 비용이 들고 490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뿐만 아니라 중국 인도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개발도상국이 빠져 있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부시 행정부가 오염배출 기업에 준 ‘밸런타인데이 선물’”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대체 방안에 따를 경우 미국의 2010년 배출량이 교토의정서 기준치에 비해 36% 많아지고 2020년에는 50%나 웃돌 것으로 주장했다.

스티브 소이어 그린피스 대변인은 “이번 계획은 엑슨사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엑슨사가 최대의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며 ‘친 에너지기업 정책’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미 최대 환경단체 시에라클럽의 댄 베거 대변인은 “온실가스 방출을 경제와 연계하는 방안은 경제가 좋을 때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겠지만 경제가 어려울 때는 온난화 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게 될 것”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는 “부시 행정부가 불행하게도 이산화탄소의 감축보다는 기업의 특정 이익에 도움을 주는 데 더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환경문제에 정통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도 “170여개국이 승인한 교토의정서 대신에 미국과 세계가 필요로 하는 것에 훨씬 못 미치는 계획을 내놨다”고 혹평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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