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독기’ 품었나­…총리 거듭비난

  • 입력 2002년 2월 8일 17시 59분


지난달 말 경질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일본 외상의 행보가 여전히 관심거리다.

다나카 전 외상은 경질된 직후 “그늘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를 돕겠다”고 했고 “내가 바로 자민당”이라며 탈당설도 부인했지만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요즘 독자노선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6일 국회 기자실에 전화를 걸어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과의 갈등을 폭로하는 등 고이즈미 내각의 개혁에 의문을 품게 하는 정보를 흘리고 있다. 앞서 4일에는 고이즈미 총리의 시정연설 직후 “(총리는) 파벌에 꼼짝 못한다”고 헐뜯기도 했다.

다나카 외상의 또다른 공격 대상은 자민당 국회대책위원회. 국회대책위는 그가 외상에 있을 때 국회 일정을 내세우며 미국 방문을 가로막는 등 제동을 걸어왔던 구원(舊怨)이 있다. 그는 경질 직후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려면 대책위 중심의 정치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고이즈미 내각에 ‘비수’를 들이대고 있는 그에게 적극적인 제휴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현 내각의 높은 지지율에 숨을 죽여온 야당으로서는 다나카 전 외상을 끌어들일 경우 고이즈미 총리 타도는 물론 정권을 쟁취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나카 전 외상이 곧바로 탈당해 야당과 제휴하거나 신당 결성으로 치달을 것 같지는 않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자유당 당수 등 과거 자민당에서 뛰쳐나온 정치인들이 오히려 세력이 약화된 전례가 있기 때문.

다나카 전 외상은 요즘 각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을 뿌리치고 외무성 부패에 관한 폭로 서적을 낼 준비를 하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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