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자들”…블레어 발언 논란

  • 입력 2002년 2월 6일 17시 54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3일 자신의 개혁정책에 반대한 모든 세력을 ‘파괴자들(wreckers)’이라고 몰아붙여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악의 축’이란 발언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과격한 발언이나 표현은 역시 정치인들에겐 금물이다.

블레어 총리는 3일 영국 카디프에서 열린 춘계 노동당 대회에서 “민간기업을 (공공서비스부문 개혁에) 활용하려는 정부의 개혁프로그램을 비판하는 세력은 당 내외를 불문하고 모두 ‘파괴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원래의 연설 원고에는 ‘파괴자들’이 보수당으로 한정돼 있었으나 블레어 총리가 대회장으로 가는 도중에 원고를 직접 수정해 노동당 내의 비판론자들까지도 ‘파괴자들’에 포함시켰다.

공공서비스부문 개혁에 반대해 온 노조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을 파괴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보수당 당수에게서나 나올 수 있는 말”이라며 “노동당 총리가 그같이 유치한 어휘를 사용한 것은 실수”라고 비난했다. 노조측은 항의의 표시로 영국 내 최대 통근열차 업체인 사우스웨스트트레인스(SWT)의 파업기간을 2일에서 4일로 늘렸다.

더타임스도 5일 블레어 총리가 자신의 참모에게 “파괴자라고 한 표현은 유치했어. 차라리 ‘악의 축’이라고 할걸 그랬지”라고 묻는 모습의 만평을 내보냈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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