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게이트’ 화살 이젠 부시로?

  • 입력 2002년 1월 15일 18시 48분


백악관은 엔론사태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까지 비화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장관들과 엔론의 접촉사실을 자진해서 공개하는 한편 부시 대통령은 철저히 무관함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백악관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14일 웹사이트를 통해 부시 대통령에게 엔론사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가 직접 나서서 백악관 개입 의혹을 푸는 것밖에 없다면서 8가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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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엔론사가 파산하기 4개월 전 이 회사 내부에서 분식회계와 파산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구체적으로 제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엔론의 경영진이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은폐하고 직원들을 기만해 회사를 파산으로 몰고 갔다는 개연성을 입증 하는 것.

미 하원 에너지 및 무역위원회의 빌리 터진 위원장(공화)은 엔론 파산 4개월 전인 지난해 8월 이 회사 직원이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에게 보낸 서한을 입수해 공개했다.

이 직원은 서한에서 “회사가 ‘비밀의 장막’ 속에 손실을 숨기고 있다는 건 이미 평범한 직원들도 다 알고 있다”면서 “우리는 회계의 스캔들 속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레이 회장은 “회사가 다시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직원들을 기만했고 결국 파국을 맞았다는 것.

비즈니스위크가 14일 제기한 8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언제 어떻게 엔론의 재정난을 알게 됐나. 백악관 측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가을’ 언론보도를 통해 엔론의 파산소식을 접했다고 밝혔다. 파산은 12월에 이뤄졌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다.

△파산직전 엔론을 구제하지 않기로 한 정부 방침을 승인했는가. 이처럼 중대한 일에 대해 대통령의 승인을 얻지 않았다면 백악관이 최고통치자를 배제한 채 운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케네스 레이 엔론 회장과 마지막으로 대화한 것은 언제이며 레이 회장으로부터 최근 만나자는 제안도 없었는가.

△돈 에번스 상무장관과 폴 오닐 재무장관이 백악관 내 다른 비서관들에게 레이 회장과의 통화내용을 알려주지 않았는가. 대통령 집안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고 주요 정치자금 기부자였던 엔론의 파산과 이에 따른 부정적인 파장에 대해 백악관 비서관들과 상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에번스 장관과 오닐 장관이 엔론 종업원들의 기업 연금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파산이 임박한 사실을 노동부에 알려줬어야 하지 않았나.

△레이 회장이 부시 대통령의 주지사 시절부터 지금까지 어떤 청탁도 하지 않았는가.

△지금까지 밝혀진 관리들 외에 또 다른 정부 관리들이 엔론의 구원요청 전화를 받은 적이 있나. 스펜서 에이브러햄 에너지 장관, 게일 노턴 내무장관 등도 엔론의 전화를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

△딕 체니 부통령과 그 보좌관들이 여섯 번이나 레이 회장과 만나 에너지정책을 협의한 것은 정치자금 기부자에게 준 특혜 아닌가.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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