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천황, 한일관계 이례적 언급

  • 입력 2001년 12월 23일 12시 52분


일본의 아키히토(明仁) 천황이 역사상의 한일교류 사실과 한국과의 연(緣) 등을 이례적으로 강조하면서 2002 한일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양국민의 이해와 신뢰감이 깊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23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키히토 천황은 68세 생일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월드컵 개최와 관련한 한일 양국의 인적, 문화적 교류에 대해 언급,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데 대해 한국과의 연을 느끼고 있다"면서 "무령왕은 일본과의 관계가 깊고 당시 일본에 오경박사가 대대로 일본에 초빙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령왕의 아들 성명왕(聖明王)은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한국과의 교류는 그러한 교류만이 전부는 아니었으며 우리는 이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회견에서 "일본과 한국민간에는 옛부터 깊은 교류가 있었다는 것은 일본서기 등에 자세히 나와 있으며 한국에서 오신 사람들과 초빙돼온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문화와 기술이 전해졌다"고 한일 관계에 대한 서두를 꺼냈다.

그는 특히 "궁내청 악사(樂師) 중에는 당시 한국에서 이주해온 자손이 대대로 악사를 하고 지금도 가끔 아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러한 문화와 기술이 일본인의 열의와 한국인의 우호적 태도에 의해 일본에 전해진 것은 다행한 일이며 그후 일본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천황이 한국과의 연을 강조하면서 한일관계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월드컵을 앞두고 양국민간 교류가 활발해졌지만 이것이 좋은 방향으로 향하기 위해서는 양국민이 각자의 나라가 걸어왔던 길을 정확히 알도록 노력하고 개개인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기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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