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륙 울린 장애아동 詩人

  • 입력 2001년 12월 14일 18시 21분


때로 간절한 소망은 마술처럼 큰 힘을 발휘한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세 가지 소원을 이룬 ‘꼬마 시인’의 얘기가 크리스마스를 앞둔 미국인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미국 메릴랜드주 어퍼 말버러에 사는 매티 스테파닉(11). 그는 근수축병이라는 매우 희귀한 질병을 앓고 있다. 유전적 요인으로 근육세포가 수축돼 몸이 마비되고 끝내는 호흡 곤란으로 죽게 되는 불치의 병이다.

그러나 3세 때 어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시집을 읽고 시의 세계에 빠져 동심에 가득찬 수천 편의 시를 써 왔다. 휠체어를 타고 항상 산소 공급장치를 매단 채 살아오면서도.

5세 때부터 해마다 여름캠프에서 종이에 적어 풍선에 매달아 날려보내곤 했던 소망은 세 가지. 시집을 내고, 지미 카터 전 대통령과 평화에 대해 얘기하며, 인기 토크쇼 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쇼’에 그의 시집이 소개되는 것.

올 여름 석달 동안 병원 중환자실에서 병마와 싸우느라 여름캠프에 가지 못했다. 그러나 소원은 기적처럼 이뤄졌다. 그에게 남아 있는 날들이 얼마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병원측이 그의 소원을 알고 카터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했고, 지방 출판사인 ‘VSP북스’에 연락해 시집 출간을 부탁한 것.

기적은 기적을 낳았다. VSP북스가 발간한 시집 ‘마음의 노래들(Heartsongs)’이 사람들의 입 소문을 타면서 VSP북스의 베스트셀러가 됐고 CNN과 워싱턴포스트, 피플지 등에도 소개된 것.

처음 200부가 출간됐던 시집은 반즈 앤 노블, 아마존 등 주요 인터넷 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올라 지금까지 50만부가 팔렸다. 건강도 좋아져 10월 중순경에는 마지막 소원인 오프라 윈프리쇼 출연도 이뤄지게 됐다.

두 명의 형과 누나도 같은 병으로 세상을 떴지만 스테파닉군은 자신처럼 질병과 신체 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스피킹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하느님은 어느 나라 말로 말을 할까요/모든 나라의 말이랍니다/하느님은 우리 모두를 만드셨기 때문이지요/말들은 서로 달라도 하느님은 다 아시지요.….’ 그가 6세 때 썼던 ‘하느님의 말’이란 시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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