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들, 백악관 관광 폐쇄에 크게 반발

  • 입력 2001년 11월 23일 18시 44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중 인격자.’

미국의 연말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는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사이 기간에 백악관 관광을 금지시킨 부시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국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고 AFP통신이 22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추수감사절에서 이듬해 정초까지 이어지는 연말 기간동안 화려하게 장식된 백악관 정원을 일반에 개방하는 관광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21일 밝혔다. 매일 3000여명의 관광객들이 백악관 내부에 있는 역대 대통령의 방들을 둘러보는 관광 코스도 취소된다고 부시 대통령은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이 백악관 연말 관광을 폐쇄한 이유는 새로운 테러 공격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그러나 시민들은 “테러분자들의 위협에 굽히지 말고 당당하게 떨쳐나서라”고 국민들에게 주문해온 대통령이 막상 자신은 테러가 무서워 백악관 출입문의 빗장을 내렸다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도 22일 사설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대통령을 어떻게 국민들이 따르겠느냐”고 반문하고 “백악관이 안보라는 명목으로 연말 분위기를 죽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백악관 관광 폐쇄의 직격탄을 맞게 된 워싱턴 시민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지역 시민들은 “주요 수입원이 관광인 워싱턴에서 9·11 연쇄 테러와 뒤이은 탄저균 테러로 인해 의사당이 폐쇄된 데 이어 백악관까지 폐쇄된다면 워싱턴 관광은 빈 껍데기만 남는 꼴”이라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시민들은 관광산업을 되살리자는 부시 대통령의 공익광고가 21일부터 TV 전파를 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백악관 연말 관광을 폐쇄하는 것은 워싱턴에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비아냥대고 있다.

비난이 거세지자 부시 대통령은 연말 대목의 백악관 관광이 많은 미국인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악은 축제라는 것을 모르며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고 있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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