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없지만 혹시…" 화이자 직원들 비상

  • 입력 2001년 10월 26일 23시 29분


○…이날 오전 10시경 백색 가루가 든 뉴욕발 봉투를 받은 서울 광진구 광장동 한국화이자제약에는 오전 10시반부터 신고를 접수한 서울 동부경찰서 경찰관들을 비롯해 서울시 방재본부 합동기동팀과 수방사 21화학대 요원 등 50여명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한국화이자측은 봉투가 배달된 재정부 사무실을 즉시 폐쇄하고 건물 경비원을 제외한 모든 직원들을 퇴근시켰으며 병원에 격리된 직원 16명의 가족들에게 전화 연락을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직원들은 “큰일은 아닐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혹시라도 우리나라가 탄저균 테러의 타깃이 됐다면 큰일”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백색 가루에 노출된 한국화이자 직원 16명은 처음 인근의 방지거병원을 찾아가 탄저균 감염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했으나 병원측이 큰 병원으로 가라고 권유해 오후 1시반경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중앙병원으로 갔다. 방지거병원에서 미리 연락을 받은 서울중앙병원측은 응급실 옆 별관에 방제섹터를 마련해 이들을 수용했으며 오후 4시반경 장례식장으로 사용됐던 빈 건물로 이들을 옮겨 의료진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출입을 통제했다.

○…이날 오후 2시 국립보건원측은 서울시 방재본부 합동기동팀 직원들에게서 문제의 백색 가루가 든 플라스틱 봉지를 밀봉된 상태로 전달받은 뒤 곧바로 병원체 방어연구실로 보내 정밀조사에 들어갔다.

보건원 관계자는 “탄저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백색 가루에 들어 있는 균을 확인하고 18시간 정도 배양해야 하기 대문에 최종 결과는 27일 오전 10시경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보건원 이종구 방역과장은 “문제의 택배물을 특별히 ‘탄저균 테러 편지’로 볼 만한 징후가 없으며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국제 우편물이 여러번 배달돼 검사했으나 탄저균이 발견된 적은 없다”며 “일단 육안으로 봐서는 탄저균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택배물의 수신자와 발신자가 평소 우편물 등을 주고받던 사이였고 수신자가 테러 대상으로 지목될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며 “여러가지 정황으로 볼 때 90% 이상은 탄저균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호갑·민동영·최호원기자>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