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명예시민에 선정 이탈리아출신 빈첸시오 신부

  • 입력 2001년 10월 19일 18시 41분


18일 서울시가 선정한 11명의 외국인 명예시민 가운데 한 명으로 뽑힌 이탈리아 출신의 빈첸시오 신부(한국명 김하종·44). 나긋나긋한 말투와 겸손한 몸가짐,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외모가 그야말로 ‘신부님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이다.

그는 현재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안나의 집’을 이끌며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실직자들을 위한 무료식사, 의료, 구직안내 봉사를 하고 있다.

‘안나의 집’은 98년 불어닥친 경제위기로 실직자들이 속출하자 이들을 위한 안식처가 절실하다는 생각에 교인들과 힘을 합쳐 마련한 보금자리.

‘김하종’이라는 그의 한국이름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 그럴싸한 한자 뜻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리저리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무릎을 치게 하는 답이 돌아왔다.

‘하느님의 종.’

성(姓)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를 본떴다.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90년 5월. 유명한 가톨릭 봉사단체인 오블라디 선교단 소속으로 한국에서 봉사하기를 권한 선교단의 제의에 주저 없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동양에 관심이 많아서 로마에 있는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도 동양종교를 전공했죠.”

한국에서의 ‘활약상’은 그가 명예시민증을 받고도 남을 만한 인물임을 말해준다.

90년 한국 오블라디 선교수도회 설립, 91년 성남 도시빈민 사도활동, 93년 무료급식소 ‘평화의 집’ 위탁운영, 94년 노숙청소년을 위한 공부방 운영, 95년 ‘도시빈민을 위한 자원봉사자 협의회’ 결성 등….

봉사에 바빠 부모님과 두 동생이 살고 있는 모국에는 3년에 한 번 꼴로 다녀온다. “어려운 형제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눠주는 것이 제 임무인데요, 뭐….”

붉은 포도주 한 모금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듯한 그의 말이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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