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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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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측은 공습 개시후 처음으로 14일 AFP통신 등 외신기자들의 입국을 허용, 파키스탄에서 가까운 잘랄라바드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빈 라덴이 테러에 개입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미국이 제시하고 공습을 중단하면 제3국에 인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 내 서열 3위인 하지 압둘 카비르 부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미국이 폭격을 중단하고 빈 라덴의 테러 연루 증거를 제시하면 그를 미국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중립적인 제3국으로 인도하는 문제를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탈레반 정권이 테러 개입에 대한 명확한 증거 제시, 공습 중단, 제3국행이란 나름대로의 조건을 붙이기는 했지만 빈 라덴을 ‘비이슬람권’으로 인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외신은 평가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측의 이 같은 제의가 전해진 직후 “탈레반측과 아무런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탈레반측 제안을 일축했다. 미국은 탈레반측 제안이 실제 빈 라덴을 인도하려는 의사가 있어서라기보다 일시적이나마 미국의 공습을 중단시키고 협상을 하며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 이후 수사를 통해 빈 라덴의 개입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하면서 즉시 빈 라덴을 넘기도록 탈레반에 요구한 바 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