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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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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 상황은….
“매일 밤 엄청난 폭음과 대공포, 총소리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 학교는 모두 문을 닫았다. 폭격 때는 정전이 되지만 평상시에는 전기가 들어온다. 식품이 모자라지만 아직은 견딜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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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군이 투입된다는데….
“연일 폭격으로 군사시설과 민간시설이 많이 파괴됐다. 지상군 투입에 대비해 시내에 보루가 만들어지고 있다. 탈레반 병사의 사기는 어느 때보다도 높아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해도 곤란을 겪을 것이다.”
과거 무자헤딘(이슬람 전사) 대원이었던 그는 소련과 전투를 벌이다 한쪽 눈과 오른팔을 잃었다. 2년 전 중국 기업과 합작으로 카불에 연산 3만t의 작은 철강 생산공장을 만들었다.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 사는 동생 집에 들렀던 그는 10월 초 본지 기자와 만난 적이 있으며 카불 공단에 있는 공장의 설비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해 공습 개시 직전인 3일 카불에 들어갔다.
-주민들은 카불을 떠나고 있나.
“일부는 떠났지만 대부분 남아있다. 한때 탈레반은 독재집단이란 비난을 받았는데 미국의 공습 개시 이후 자세를 낮추고 주민의 협력을 구해 예전보다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미국의 공격이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탈레반을 중심으로 뭉치게 만들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야 전쟁이 끝나지 않나.
“전쟁이 빨리 끝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누가 새 정부를 맡는단 말인가. 다수의 아프가니스탄인은 탈레반을 지지한다. 카불에 질서가 잡힌 것은 탈레반 집권 이후다. 그전에는 누구도 공장을 짓거나 기업을 경영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북부동맹은 과거 잘못이 많아 환영 받지 못할 것이다.”
그의 동생 라마툴라 포팔(29)은 카불에서 태어나 고교생 때 미국으로 유학, 뉴욕의 세인트존스대와 오클라호마의 털사대 대학원을 나온 미국 영주권자. 그는 “미국의 이번 공격은 큰 실수이며 미국은 결코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미국의 폭격은 길어야 6개월에 불과할 것이며 지상군이 들어가면 비싼 미제 총과 장비, 신발, 의복을 노린 탈레반과 주민의 습격만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에서 가까운 파키스탄의 페샤와르 주요 병원에는 공습 때 다친 부상자들이 아프가니스탄의 병원 기능이 거의 마비됨에 따라 속속 후송되고 있다.
나세르 바흐 난민촌 내 나세르 티칭 병원에는 잘랄라바드에서 폭격으로 양팔이 부러진 트럭운전사 파줄 라흐만(45)이 치료받고 있다. 그는 “11일 밤 11시쯤 폭격으로 집이 무너져 가족 4명이 죽고 혼자만 살아남았다. 군인은 모두 산악지대로 가고 민간인만 남은 마을에 미국이 미사일 공격을 했다. 탈레반도 싫지만 미국은 정말 몸서리쳐진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의 자선단체인 에드히 웰페어 트러스트(EWT)는 13일 토르크함 국경검문소에서 65㎞ 떨어진 페샤와르까지 국경을 넘어온 아프가니스탄인 부상자를 파키스탄 내 병원으로 후송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