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세균테러 공포 확산

  • 입력 2001년 10월 13일 18시 14분


12일 미국 뉴욕에서 네 번째 탄저균 감염자가 발견돼 생화학 테러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테러 공포가 번지면서 미국 네바다주 리노 등 일부 도시와 이탈리아 등지에서 흰색 가루나 의심스러운 우편물 신고를 받고 수사진이 출동하거나 감염조사를 벌이는 등 ‘탄저균 소동’으로 번지고 있다. 뉴욕의 일부 시민들은 공포에 떨며 병원을 찾아 탄저균 감염여부 검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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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13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최근 경고한 추가 테러가 이르면 14일에 있을 수 있다는 정보를 더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영국이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경고로 인해 대폭 증원된 런던 시내 군경이 주말 비상경계태세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뉴욕에서 새로 발견된 피부 탄저균 감염자는 NBC방송의 앵커 톰 브로코의 조수인 에린 오코너(38·여)로 그녀는 지난달 25일 브로코씨에게 배달된 우편물을 열어본 뒤 탄저균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FBI는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다른 3건의 탄저균 감염사례와의 연관성 등을 수사하고 있으나 우편물에 들어있던 가루에서 탄저균은 확인되지 않았다. NBC방송은 오코너씨가 치료를 받고 회복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탄저균 추가 감염과 관련해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12일 PBS방송과의 회견에서 “오사마 빈 라덴은 지난 몇 년 동안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를 획득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서 빈 라덴의 테러조직이 배후에 있을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생화학 테러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플로리다주의 한 약사는 9·11 테러의 용의자 중 한 사람인 모하메드 아타가 8월 말경 손이 타는 듯한 증세로 치료약을 사러 약국을 방문했으며 아타는 증세의 원인을 설명하지 못했다고 12일 밝혀 테러용의자들이 탄저균을 다루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탄저균 테러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뉴욕의 뉴욕타임스 본사 △네바다주 리노의 마이크로소프트(MS)사 건물 △로스앤젤레스의 LA타임스 본사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소니픽처스사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무부 산하 외교연구소 △이탈리아의 제노바시 등지에서 정체불명의 흰색 가루에 대한 신고가 이어졌다.

이곳에선 우편물이나 건물에 흘려져 있던 흰색 가루를 탄저균으로 의심한 직원들이 대피하거나 감염여부 검사를 받기도 했다. 소니픽처스와 외교연구소 등의 사례에 대해서는 검사가 진행 중이며 나머지 사례는 검사 결과 탄저균 양성반응은 없었다. 뉴욕시민들은 13일 오전부터 성빈센트병원 응급실 등을 찾아 “목이 아프고 콧물이 흐르는 등 탄저병 증세가 있다”면서 검사를 의뢰하는 등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탄저균 테러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일부 시민들이 탄저병 치료용 항생제인 시프로를 미리 사두려하자 토미 톰프슨 보건부 장관은 “정부는 탄저병 치료제를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며 사재기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한편 카자흐스탄 스테프노고르스크에서 옛 소련 생물무기 공장의 폐쇄작업을 돕던 미군 전문가들이 이 공장의 파이프에서 탄저균을 발견했다고 미 국방부 관리들이 1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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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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