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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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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르면 이번 주말 파키스탄과 인도 등 아프가니스탄 주변국을 방문해 탈레반 붕괴에 대비한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재 탈레반 이후를 책임지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세력은 북부동맹. 이들은 탈레반이 무너지면 카불을 즉각 비무장지대로 선언하고 각 정파를 망라한 회의를 소집해 임시정부를 세운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계획은 1992년 아프가니스탄의 공산 지도자였던 나지불라 전 대통령이 퇴진하자 카불에서 라이벌 무장세력간에 내전이 발생해 수만명이 숨졌던 전례를 고려한 것. 여러 종족 및 정파로 구성된 북부동맹은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 서로 총부리를 들이댈지 모르는 상황이다.
북부동맹은 이에 따라 로마에 체류중인 전 국왕 모하마드 자히르 샤를 정치적 구심점으로 삼기로 하고 그와 거국정부 구성을 위한 공동 대표회의 개설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과거 학정을 거듭했던 북부동맹은 탈레반 못지 않게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또 북부동맹 주도의 임시정부 구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아프가니스탄 인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파슈툰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주로 남부지역에 거주하는 파슈툰족이 참여를 거부하면 최악의 경우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질 수도 있다.
파키스탄 영자지 ‘더 네이션’의 칼럼니스트인 아지즈 우드 딘 아흐메드는 11일자 시론에서 “파슈툰족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상당한 권력을 나눠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키스탄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의 엇갈린 이해관계도 관건이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8일 “탈레반을 대체할 새 정부는 파키스탄에 우호적인 세력이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탈레반 이후에도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 그는 과거 파키스탄이 탈레반의 집권을 지원하면서 원수가 된 북부동맹이 향후 정치 일정을 주도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동쪽으로 인도와 분쟁중인 파키스탄으로서는 서쪽에까지 적대정권을 결코 둘 수 없다는 것.
중국과 러시아도 아프가니스탄에 친미(親美) 정권이 들어설 것을 우려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자국내의 이슬람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아프가니스탄의 지원을 우려하는 이들 두 나라는 특히 탈레반 이후 정권에 대해 관심이 높다.
이와 관련해 탕자쉬안(唐家璇) 중국 외교부장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9일 전화로 탈레반 이후 아프가니스탄에 광범위한 토대를 가진 연립정부가 들어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