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여객기 공중폭발 의문점]테러-오발-기체결함 추정

  • 입력 2001년 10월 5일 18시 46분


4일 흑해 상공에서 일어난 러시아 여객기 폭발 사고는 미국의 테러 참사 이후 세계가 테러 공포에 떨고 있는 가운데 일어나 더욱 충격적이다. 미국은 사고직후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오발 때문에 일어났다고 밝혔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아직 이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진상은 밝혀질까〓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자체 조사를 통해 사건 진상을 어느 정도 파악했을 것으로 보이나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 내에는 지난해 노르웨이 인근 바렌츠해에 침몰한 핵잠수함 쿠르스크호 사건처럼 이번에도 진상은 밝혀지지 않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대형사건이 터질 때마다 진상 공개를 꺼려온 전력이 있다. 이번 사건은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3개국이 관련돼 있어 진상을 파악하기 어려운 대목도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민간항공기 격추를 인정하면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난을 받을 것으로 보여 미사일 오발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에는 격추 사실을 강력히 부인할 것으로 보인다.

▽힘 잃어가는 테러설〓러시아의 관영 RTR방송은 5일 사고 원인에 대해 △기체결함 △테러 △우크라이나군 미사일에 의한 격추 중 하나라고 보도했으며 민영 NTV는 테러에 의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고경위를 조사하고 있는 러시아 비상대책본부는 일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오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단정할 단계가 아니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아직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측의 이 같은 태도는 4일 폭발이 발생했을 때에 비하면 테러설에서 상당히 물러선 것이다.

러시아 정부는 당초 3일 러시아 내 이슬람교 최고지도자 탈가트 타주딘이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가능성을 경고한 점, 탈레반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격 계획을 러시아가 적극 지지한 점, 승객의 대부분이 이스라엘인이라는 점 등을 이유로 테러에 의해 여객기가 폭파됐을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러시아를 놀라게 한 미국의 첩보망〓미국이 사고 발생 수 시간 만에 미사일 오발 사고라고 공식 규정한 것은 강력한 첩보망에서 얻은 정보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은 통상적으로 운용해온 첩보망 이외에도 탈레반에 대한 보복 공습을 앞두고 중앙아시아 상공에 ‘라크로스’ 등 첨단 첩보위성과 ‘프레데터’ 등 무인정찰기를 배치해 놓고 있다. 미 국방부가 “우크라이나군이 흑해 연안에서 항공기와 군함을 동원해 방공훈련을 하던 중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돼 사건이 일어났다”고 상세하게 밝힌 것은 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지도 5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전 소련 영토의 상공에 있는 미국 첩보위성이 우크라이나군 미사일에 의한 격추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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