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국난극복 한마음

  • 입력 2001년 9월 29일 17시 47분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인들이 단결해 초유의 테러사건을 극복할 것을 촉구하면서 테러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등 국가의 위기 수습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28일 생존하는 전직 대통령 5명 중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제외한 4명의 대통령들이 한목소리로 부시 대통령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다며 근황을 자세히 전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테러 사건 발생 직후 아들인 부시 대통령이 테러리스트 추적과 관련, 호전적인 표현을 사용하자 표현을 완화할 것을 권고하는 등 여러 차례 전화로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그러면서도 아들에게 훈수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게 될 것을 우려, 공식 행사에 나서는 것을 자제하고 언론과의 인터뷰도 가급적 사양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음에도 이젠 자신이 국민을 이끌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을 느끼고 있지만 뉴욕의 구조대원과 피해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등 나름대로의 역할을 찾고 있다. 그는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지만 이번엔 뉴욕에 거주하면서도 테러현장인 뉴욕 세계무역센터를 부시 대통령의 방문 이후에 둘러보는 등 현 대통령에게 쏠려야 할 세간의 관심을 가로채지 않는데도 신경을 쓰고 있다.

7월 “부시 대통령이 취임 후 한 모든 일에 실망한다”며 강도 높게 부시 대통령을 비판했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태도를 바꿨다. 카터 전 대통령은 테러 발생 후 한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과 이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부시 대통령을 진심으로 성원한다”고 말했다.

또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은 워싱턴 국립성당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든 맡기면 전직 대통령으로서 기꺼이 협력하겠다”고 약속하고 신중한 군사행동을 조언했다.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헌 전 상원의원은“전직대통령들이 워싱턴 추모행사에 나란히 참석한 것만으로도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전직 대통령들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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