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군사보복 경고…아프칸 “빈 라덴 인도 고려”

  • 입력 2001년 9월 12일 22시 40분


11일 미국의 상징적 도시인 워싱턴과 뉴욕을 강타한 ‘동시다발 자살 비행 테러’의 배후에 대한 수사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사악한 테러행위의 책임자뿐만 아니라 그들을 숨기고 보호해주는 자들까지 색출해 응징하겠다”며 미국이 테러범과 배후세력에 대해 강력한 보복을 할 것임을 천명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이날 “이번 테러공격은 ‘미국과 민주주의, 문명에 대한 전쟁 행위”라고 규정하고 “테러범을 반드시 응징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파월 장관은 ABC방송의 ‘굿 모닝 아메리카’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테러는 단지 미국을 상대로 한 전쟁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국가와 문명에 대한 전쟁 행위”라며 “테러범을 찾아내 이들에게 직접 조치를 취할 수 있길 바라며 군사적 대응이 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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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계 5명 신원확인… 빈 라덴 연계여부 수사▼

미 연방수사국(FBI)이 그동안 미국을 상대로 테러를 자행해온 사우디아라비아의 테러 조종자 오사마 빈 라덴을 유력한 테러 배후세력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당국이 이번 테러에 가담한 아랍계 용의자 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수사가 진전을 보이고 있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의 오린 해치 의원(공화당)은 11일 빈 라덴과 동조자들이 테러 성공 소식을 전달받는 전화통화 내용이 미 첩보기관에 포착됐으며 납치된 여객기 가운데 한 대에 빈 라덴의 조직원이 탑승했다는 자료도 입수했다고 공개했다.

FBI는 이와 관련, 12일 플로리다주의 데이토나와 브로워드에서 테러에 동원된 항공기에 탑승했던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 추종자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수사에 돌입했다.

보스턴 헤럴드지는 12일 매사추세츠주 보안관계자들이 동시다발 테러사건의 용의자로 추정되는 아랍계 남자 5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헤럴드는 관계당국이 용의자들의 차량을 찾아냈으며 차량 내부에서 아랍어로 된 비행훈련 교본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보안관계자들은 용의자들 가운데 2명은 아랍에미리트 출신의 형제이며 이들 가운데 한 명은 숙련된 조종사였다고 밝혔다.

관계자들은 용의자들 가운데 적어도 2명이 캐나다와 미 메인주의 포틀랜드를 거쳐 11일 보스턴의 로건국제공항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테러에 동원된 피랍 여객기 가운데 2대가 이날 로건공항에서 출발했다.

한편 아프가니스탄의 집권 탈레반은 12일 미 수사당국이 신빙성있는 증거를 제시하면 이를 기초로 빈 라덴의 신병을 인도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파키스탄 주재 압둘 살람 자이프 아프가니스탄 대사는 “증거들을 검토해본 뒤 그것에 비춰 조치를 취하겠다”며 “일단 첫단계는 어떤 증거들이건 그 증거가 빈 라덴이 뉴욕과 워싱턴의 테러 사건과 연관이 있는지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고 신병인도는 그 다음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유엔은 아프가니스탄에 주재하고 있는 유엔요원 80명을 철수시키는 중이라고 12일 밝혔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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