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주쿠서 화재 44명사망 2차대전후 최악의 참사

  • 입력 2001년 9월 2일 19시 07분


애도의 꽃다발
애도의 꽃다발
주말인 1일 오전 1시10분경 일본 도쿄(東京)의 최대 환락가인 신주쿠(新宿) 가부키초(歌舞伎町)에 있는 4층짜리 복합빌딩에서 불이 나 44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이번 화재는 희생자 수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쿄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이다.

▼가스누출로 발화 추정▼

불이 날 당시 이 건물에는 맥주집 풍속점 마작게임점 등이 영업 중이었으며 주말을 즐기려는 손님들로 붐볐다.

목격자들은 2, 3차례 폭발음이 들린 뒤 건물 3, 4층 사이에서 불이 번졌다고 말했다.

도쿄 소방청은 건물 3층 계단 부근의 가스미터기에 연결돼 있는 배관이 끊긴 것으로 미뤄 가스 누출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 경찰은 그러나 방화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교포상점 많아 ‘리틀 코리아’▼

사망자는 대부분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졌다. 경찰은 건물 내에 계단이 1곳밖에 없는 등 대피시설이 미흡해 사망자가 많이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불이 난 신주쿠 일대는 하루 유동인구가 340만명에 달하는 도쿄의 최대 번화가로 술집 음식점 풍속점 등이 몰려 있어 매일 불야성을 이루는 곳이다.

이번 화재로 한국인 희생자는 없었지만 이 지역은 도쿄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이 가장 많이 몰려 있어 ‘리틀 코리아’로 불리는 곳이어서 한국인들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인 희생자는 없어▼

김동훈(金東勳·53)씨는 “나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이 한국의 가족들로부터 ‘괜찮으냐’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클럽 ‘썸씽’을 경영하는 나미라(羅美羅·40)씨는 “앞으로 우리도 화재 예방에 더욱 신경을 써야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가게는 불이 난 가부키초를 비롯해 바로 옆의 쇼쿠안도리(職安通)와 오쿠보도리(大久保通)에 밀집해 있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몇 개에 불과했으나 90년대 이후 급증해 지금은 450여개에 이른다. 3000명 이상의 한국인이 일하고 있으며 한국인 손님도 많다.

김희석(金熙錫·50) 재일본 한국인연합회장은 “한국 가게 중에도 화재 예방과 대피 시설이 부족한 곳이 많다”며 “앞으로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활동을 펴야겠다”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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