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경제 高유가 덕택 강한 회복세…내년 4%성장 낙관

  • 입력 2001년 8월 27일 18시 59분


세계적인 ‘동반 경제침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는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91년 소련 붕괴 후 후퇴를 계속하다 98년 8월 ‘모라토리엄(지불유예) 선언’까지 했던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5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후 정치적 안정과 높은 국제유가에 힘입어 되살아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26일 내년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국제유가 강세 등을 기반으로 내년에 4.3%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인플레이션도 10∼13%선에서 막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러시아 정부는 당초 올해 평균유가를 배럴당 18달러선으로 예상했으나 8월 현재 러시아 우랄산 원유는 국제시장에서 배럴당 26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모스크바의 외국계 투자은행인 트로이카 디알로그는 “올해 러시아가 전체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463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3.1%의 경제성장을 이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지난해에도 600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었다. 99년부터 계속된 국제유가 강세와 함께 모라토리엄 사태 당시 루블화가 폭락하면서 국제시장에서 러시아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올라간 데 힘입은 것. 지난해 11.3%에 이어 올해도 3%의 산업생산증가를 보이는 등 석유화학 철강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러시아 경제의 순항이 계속되면서 올 상반기 외국인 투자는 6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40%나 증가했다. 트로이카 디알로그 투자은행의 크리스 웨퍼 조사실장은 “러시아 시장을 보는 외국인 투자자의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힘입어 러시아 정부는 모라토리엄 사태 후 처음으로 올해 국제금융시장에서 20억달러 규모의 자본을 조달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다.

26일 러시아 정부가 하원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은 소련 붕괴 후 첫번째 흑자예산. 세출기준 641억달러(약 83조3300억원) 규모로 균형예산으로 편성된 올해 예산보다 250억달러(약 32조5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이며 흑자규모는 43억달러(약 5조5900억원)에 이른다.

러시아는 독립 첫해인 92년부터 99년까지 해마다 재정적자와 함께 정부와 의회의 갈등으로 새해 예산을 해를 넘겨서야 겨우 통과시키는 진통을 반복해왔다. 균형예산으로 편성된 올해는 약간의 흑자를 낼 전망.

알렉산드르 쿠드린 부총리는 “내년 예산안은 향후 3∼4년 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알렉산드르 주코프 하원 예결위원장은 “유권자를 의식해 사회복지 분야의 지출을 더 늘리고 예산 흑자폭을 줄이자는 의원들이 많아 약간의 조정이 필요하지만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내년도에 교육예산을 60% 증액하고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38개 투자계획을 세우는 등 그동안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해 미뤄왔던 장기적인 ‘국가경쟁력 제고’에 오랜만에 신경을 쓰는 여유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180억달러의 외채상환 만기가 돌아오는 2003년만 잘 넘기면 앞으로 러시아 경제는 완전히 회복세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의 총 외채는 1470억달러 정도로 러시아 경제성장의 가장 큰 장애로 꼽힌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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