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야스쿠니 참배 '진퇴양난'

  • 입력 2001년 8월 10일 19시 04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재선된 이후 첫 번째 맞은 난제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라고 일본 언론 매체가 10일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택할 수 있는 길은 참배 강행, 15일만 피해 참배, 참배 단념 등 세 가지인데 어떤 경우든 그 결과에 따른 책임은 져야 하기 때문이다.

15일 참배를 강행하면 한국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중국이 주일대사를 소환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총리 측근들은 공언한대로 참배를 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다만 ‘사과담화’를 발표하거나 공식참배가 아니라는 점은 밝힐 필요가 있다는 충고도 나온다.

15일을 피해 참배하는 것은 주변국 반발을 약화시키려는 뜻에서다. 중국은 비공식 루트를 통해 이 방법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민당 일부에서도 이를 요구하고 있다. 이 방법을 선택해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반대 의견도 많다. 일부에서는 15일을 피한다면 ‘포츠담선언’을 받아들인 14일에 참배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참배 단념시에는 ‘말한 것은 반드시 실천한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이미지가 망가지게 된다.

참배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조차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 스스로 단념한 것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압력으로 그만뒀다는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올해 참배를 단념하면 내년에도 가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야스쿠니 참배는 외교적 배려나 정치적 득실보다는 ‘남자다움’과 ‘감정’을 중시해온 고이즈미 총리의 성격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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