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미-러등 핵탄두 1만基 감축 제안

  • 입력 2001년 7월 7일 00시 53분


러시아가 6일 러시아를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프랑스 등 5개 핵보유 강대국에 대해 2009년까지 핵탄두를 1만기 감축하자는 획기적인 제안을 내놓았다.

러시아 외무부의 알렉산드르 야코벤코 대변인은 “러시아 외무부가 이런 내용의 핵탄두 감축 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이 계획이 성사되면 현재 5개국이 소유한 1만4000기의 핵탄두가 2009년까지 4000기로 감축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주 초 모스크바를 방문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이 제안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감축안이 합의되면 모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인 이들 5대 핵강국은 전략적 안정화에 관한 공동협의에 즉각 들어가게 된다고 야코벤코 대변인은 설명했다.

그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와 파키스탄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핵 보유국들도 5대 핵보유 강국이 함께 협력하고 있는 것처럼 자제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제안은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제 추진에 제동을 걸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야코벤코 대변인은 MD 체제 추진을 위해 미국이 1972년 구소련과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수정하거나 폐기하는 데 반대한다는 점을 재천명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러시아는 핵탄두를 추가 감축할 준비가 됐다”며 “러시아와 미국이 2008년까지 보유 핵탄두를 1500개까지 추가 감축할 것”을 제안했었다.

미국은 MD 체제를 구축하는 대신 핵미사일을 감축하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최근 ‘MX 핵미사일’로 알려진 피스키퍼 핵미사일을 모두 폐기하기로 결정하는 등 대폭적인 핵감축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러시아는 현재 각각 7200기와 600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

<백경학기자·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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