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과서 수정 '언론플레이'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35분


왜곡된 역사교과서 재수정 및 남쿠릴열도 꽁치조업 문제 등 한일간 외교 마찰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일본측이 최근 언론을 통해 자국의 방침을 흘림으로써 한국측의 의중을 떠보는 ‘저열한 외교전술’을 구사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어 정부가 발끈하고 있다.

▽고도의 언론 플레이?〓일본측은 우리 정부의 역사교과서 재수정 요구안에 대한 검토를 이미 끝냈으나 정부와 언론,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의 후소샤(扶桑社) 출판사측은 상호 밀접한 연계를 갖고 한국측의 ‘반응 살피기용’ 언론 플레이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2일 아사히신문은 ‘문부과학성은 문제 교과서중 고대사 일부가 학계 통설과 다른 점을 인정해 출판사측에 자진 수정을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고, ‘모임’측은 같은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의 고대사 부문 등 9개 항목을 자율 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같은 날 저녁 일본 정부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의 기자회견을 통해 “교과서 편집자가 대국적 견지에서 자율적인 수정을 하기로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맞장구쳤다.

이어 4일 산케이신문은 ‘모임측이 자율 정정 신청을 낸 만큼 문부성은 재수정 권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고, 6일 NHK방송은 ‘한국측의 35개 재수정 항목 중 단지 두 곳에 오류가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일본측의 ‘상대 떠보기식’ 움직임은 양국 관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원칙을 갖고 이 문제를 끝까지 문제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 정부의 정확한 재검토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후소샤 교과서의 자율 정정 신청 내용은 대부분 단순한 자구 수정에 불과하고 나머지 출판사의 오류 정정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따라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일본 교과서 왜곡 문제를 ‘도덕성’과 연계해 강력히 규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업문제의 정치쟁점화?〓정부 당국자는 “남쿠릴열도 꽁치조업이 갑자기 한일 외교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29일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 정치인들이 민족주의적 색채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1일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공해상에서 조업중인 우리 어선에 “남쿠릴 열도 수역에서 조업하면 안된다”는 경고 전단을 뿌린 것도 한국측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순수한 어업문제를 ‘정치문제’로 확대시켜 보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 있는 것같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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