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덴 테러 계획설 중동 美軍 초긴장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55분


‘오사마 빈 라덴(사진)을 막아라.’

국제 테러리스트의 배후 인물인 빈 라덴씨가 또 한차례 미국과 이스라엘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빈 라덴씨의 추종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는 첩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아랍 TV 채널인 중동방송센터(MBC)는 23일 “빈 라덴씨의 추종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목표물을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첩보부대장인 아모스 말카 장군도 이날 빈 라덴씨의 전사들이 이스라엘에 잠입해 테러를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도 빈 라덴씨가 테러를 계획중이라는 첩보를 입수, 그의 움직임을 모니터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의 방미 출국을 앞두고 이날 벤구리온 공항에서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체가 발견돼 대피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 CNN방송의 표현대로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믿을 만한’ 첩보에 따라 미국은 서둘러 전 세계의 자국민에 경계령을 내리는 한편 걸프 해역 미군에 최고 테러 경계령인 ‘델타 경계령’을 발령했다. 이에 따라 요르단 파견 미 해병대는 훈련을 중단했으며 바레인 항구에 정박했던 미 함정들은 모두 해상으로 철수했다.

미국이 빈 라덴씨와 관련한 첩보에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가 미국을 대상으로 이미 수차례 테러를 자행했기 때문. 빈 라덴씨는 96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발사건을 비롯해 98년 케냐 및 탄자니아 미 대사관 폭탄테러, 지난해 10월 예멘에서 발생한 미 구축함 폭탄테러 등 수많은 테러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왔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호 출신인 그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최신 무기로 무장한 수천명의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레반 정권은 ‘빈 라덴 경계령’이 내려진 24일 그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그가 아프간 영토에서 외국 목표물을 공격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외교부 대변인 모하메드 우스만 셰리야르는 “그의 모든 행동은 우리의 통제하에 있으며 아프간 안에는 외국을 공격하기 위한 시설이 없다”고 말했다.

빈 라덴씨는 최근 자신을 따르는 테러리스트들이 훈련을 받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공개하면서 추종자들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 투쟁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은 21일 빈 라덴씨가 다음달 제노바에서 열릴 G8 정상회담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암살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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