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어 "재집권땐 유로화 가입"…영국 언론 보도

  • 입력 2001년 6월 7일 18시 47분


'유세장 캐리커쳐'
'유세장 캐리커쳐'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7일의 총선에서 노동당이 예상대로 승리할 경우 빠르면 9월 중 영국의 유로화 가입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영국의 인디펜던트지가 6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블레어 총리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블레어 총리가 유로화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승리할 것을 총선 유세를 시작할 때보다 더욱 확신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블레어 총리가 9월 10일 시작되는 노총 연차총회 연설을 통해 이 같은 제안을 할 계획이며 총리 개인적으로는 내년 가을에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를 원하고 있으나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은 2003년까지 미루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레어 총리는 유로화 가입에 대한 반대가 ‘넓지만 얕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노동당 자체 조사 결과 유세 중 동안 유로화 가입 반대 여론이 많이 누그러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신문은 말했다.

그러나 유로화 가입에 대한 우려로 6일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15년 만에 최저 수준인 1.40달러로 급락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독일 마르크화에 대한 파운드화 가치도 4일 3.28마르크에서 6일 3.22마르크로 떨어졌다.

한편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하원의원 659명을 뽑는 총선 투표가 오전 7시(현지시간)부터 오후 10시까지 전국에서 실시됐다. 이번 총선에는 70여개 정당에서 3294명의 후보가 출마해 평균 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개표 결과는 빠르면 8일 오전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총선 직전 실시된 최종 여론조사에서 노동당이 48%, 보수당이 30%, 자유민주당이 18%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전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영국총선 이모저모▼

7일 실시된 영국 총선은 일찌감치 노동당의 압승이 예상돼 온 터라 결과 보다는 오히려 선거 행태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영국이 ‘민주주의의 발상지’임을 과시라도 하듯 온갖 이색 정당과 인물이 등장했으며 세습 귀족과 유랑 걸식자들도 처음으로 투표에 참가했다.

○…이번 총선에 후보를 낸 정당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정당은 ‘괴물 광란 미치광이당’. 이름도 그렇지만 내건 공약도 황당하기 짝이 없다. 표범가죽 옷으로 유명한 록가수 데이비드 서치가 1964년 창당한 정당으로 유럽을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자는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서치는 1999년 자살했으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그에 대해 “영국 정치에 특이한 기여를 했다”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또 17명의 후보를 낸 ‘전사 엘비스와 그들 모두의 대부(代父) 교회당’은 제3세계에 대한 채무 탕감, 모든 치료약 무료 조제 등의 공약을 내걸었다. 당수인 에디 비는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흉내를 전문으로 해 ‘요크셔 엘비스’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는 15년 전 자신이 애완동물에게 여권을 발급해 주자고 제안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지만 지난해 이를 실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북부 잉글랜드에서 출마한 토플리스 모델 조던(23)도 이색 후보 중 한 명. 그는 현지 타블로이드판 신문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성형수술을 원하는 모든 여성에게 무료로 이를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공약했다.

○…이번 총선에서는 99년 노동당 정부가 세습 귀족을 상원에서 ‘퇴출’시키는 법을 마련함에 따라 의회를 떠난 세습 귀족들도 사상 처음으로 투표에 참가했다. 그동안 이들은 투표를 할 수는 있지만 관례적으로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거취를 같이한다는 취지에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

또 이번 총선부터 새 유권자 등록법이 적용돼 유랑 걸식자와 정신박약자들도 자신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투표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졌다.

○…전통적으로 노동당 강세를 보여온 블레어 총리의 선거구인 동북 잉글랜드 세즈필드에서는 투표 전날인 6일 검은 상복을 입은 수십명의 농부가 정부의 지나친 구제역 확산 방지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노동당 정부가 구제역 감염 우려가 있다며 건강한 소들까지 마구 도살하는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농가들을 파산 위기로 내몰았다며 적절한 보상을 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일부 주택가에는 “우리는 PM(총리)이 아니라 지역을 위하는 MP(의원)가 필요하다”는 소형 플래카드가 등장해 블레어 총리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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