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관계 '고이즈미 먹구름'…양국 앞날 난항 예고

  • 입력 2001년 4월 24일 18시 29분


《24일 일본 자민당 총재로 선출돼 26일 총리에 취임하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59)는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된 덕분에 ‘직선 총리’ ‘대통령형 총리’로 불리고 있다. 그만큼 총리로서 그의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이즈미 총리의 판단에 따라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 등 현안이 많은 한일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되지만 이전보다 어려워 질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세 가지 이유에서다. 고이즈미가 한국을 잘 알지 못하고, 일본 국내 정치 일정상 한국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으며, 원래 그의 성향이 한국의 이익과 상충되는 점이 많기 때문이다.》

고이즈미는 자민당의 요직인 간사장이나 정조회장 등을 거치지 않고 총리에 오른 이례적인 인물이다.

각료 경험도 후생상(2회)과 우정상을 지냈을 뿐 ‘총리코스’로 불리는 대장상이나 외상 등은 지낸 적이 없다. 당 차원이나 정부 차원에서 외국과 업무 교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뜻이다.

▼외교경험 전혀 없어▼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다. 1999년까지 가입했던 한일의원연맹에서도 지난해 탈퇴했다. 한국도 그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그와 친한 한국 정치인도 별로 없다. 한일 관계에서는 거물 정치인간의 개인적인 친분이 때때로 큰 힘을 발휘하는데 앞으로 그런 기대는 하기 어렵게 됐다.

앞으로의 정치 일정상 고이즈미 총재가 특별히 한국에 관심을 가질 만한 여유도 없다.

그가 넘어야 할 첫 번째 고비는 7월말 실시되는 참의원 선거. 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총리에서 물러나야 할지도 모른다. 98년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총리가 퇴진한 것도 참의원 선거에서 패했기 때문이었다.

현재의 인기 추세로는 자민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고이즈미는 앞으로 선거에 온 정신을 쏟아야 할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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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원 선거에서 선전을 하더라도 9월에는 정기 총재 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이번 총재 선거는 중도 하차한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의 잔여 임기를 채우기 위한 보궐선거였다. 따라서 고이즈미는 9월 선거에서 이겨야 비로소 임기 2년짜리 총리가 되는 것이다. 고이즈미가 외교보다는 내정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요인이다.

한일관계에서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고이즈미의 평소 지론이 한국의 이익과 상충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일간 가장 큰 현안인 역사교과서 문제에 대해 그는 이미 “문제없다”는 태도를 밝혔다.

재일동포 지방참정권 문제에 대해서도 “귀화가 원칙”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야스쿠니(靖國)신사도 참배하겠다고 선언했고 헌법의 해석을 바꾸어서라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재일동포 참정권 반대▼

헌법도 개정하겠다는 생각이다. 개혁적인 이미지로 정권을 잡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보수적인 측면이 강하다.

물론 그가 정권을 잡기 위해 ‘강한’ 공약을 많이 했지만 그대로 실천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당내 조정 과정을 거치고 여론을 감안하게 되면 유연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고이즈미는 자타가 공인하는 원칙론자이며 개혁 성향과 참신성을 무기 삼아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예전과 다른 스타일의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이 곧 고이즈미의 일”이라며 지지를 호소해 왔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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