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사 합법화' 지구촌 시끌…서방국-종교계 강력반발

  • 입력 2001년 4월 12일 10시 05분


네덜란드가 처음으로 안락사를 합법화하자 가톨릭 교계와 여타 보수적인 국가, 단체 등은 안락사 합법화 조치를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그러나 벨기에가 네덜란드의 뒤를 이어 안락사 합법화를 준비중이며, 독일에서는 설문조사 결과 안락사 찬성 비율이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일부 관료들은 안락사허용론을 제기하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벨기에는 오는 7월 상원에서 안락사 합법화 법안 초안이 통과돼 내년까지는 안락사를 합법화할 예정이다. 벨기에가 준비중인 안락사 허용조건은 네덜란드에 비해 매우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의 유리 셰브첸코 보건장관은 "안락사는 허용되어서는 안될 큰 죄악"이라고 주장하면서 러시아에서는 결코 안락사가 합법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마 교황청의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12일자 사설을 통해 네덜란드의 안락사 합법화 결정을 두고 "비난받아 마땅한 범죄 행위"라고 비난하면서 이번 결정으로 네덜란드의 의사들이 '사형집행인'으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개탄했다.

프랑스의 극우보수 정당인 프랑스운동 (MF)의 필립 드 빌리에 당수는 안락사 합법화를 "수치스러운 결정"이라고 논평하면서 "네덜란드의 병원에서는 누구라도 사람을 죽일 수 있게 됐다"고 꼬집었다.

독일에서는 정치인들과 개신교계 인사들이 네덜란드의 조치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으나, 알렌스바흐그룹이 20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구(舊)서독지역 주민의 64%, 구 동독지역 주민의 80%가 안락사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내 주목을 끌었다.

헤르타 도이블러-그멜린 독일 법무장관은 ARD-TV에 출연, "안락사 합법화에 관해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대신 인간이 고통없이 위엄을 갖추면서 죽을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네덜란드에서는 안락사 합법화에 항의, 약 1만명이 시위를 벌였으나, 현지 언론들은 이미 지난해 11월 하원에서 합법화 법안이 통과돼 이번 상원의 표결 결과는 요식절차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어 별반 설득력이 없는 시위라고 논평했다.

[파리·로마·헤이그=AFP·dpa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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