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언론 부시 외교 비판

  • 입력 2001년 3월 30일 17시 32분


취임 후 2개월여 동안 주요 국가와의 외교관계에서 긴장을 고조시켜온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행정부에 대해 미 언론이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정책을 놓고 한국과 이견을 보인 데 이어 러시아와는 간첩사건으로 외교관 추방전을 벌이고 있고 중국과는 대만에 대한 이지스급 구축함 판매 문제로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또 유럽연합 및 일본과는 국가미사일방어(NMD) 체제 추진과 기후변화협약 이행 문제 등을 놓고 불편한 관계에 놓여 있다.

29일 오전 백악관에서 열린 부시 대통령의 취임 후 두 번째 기자회견에서는 이에 관한 질문이 제기됐다.

미국의 우방국들은 부시 대통령이 대북(對北) 협상과 기후협약에 대한 미국의 입장 및 다른 지역과의 관계 악화 문제 등에 관해 그들과 충분히 협의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외국의 언론 보도를 보면 모두들 우리에게 화가 난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은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농담을 섞어가며 비교적 화기애애하게 회견을 진행하던 부시 대통령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그는 "나는 세계 지도자들과 매우 솔직하고 직설적인 대화를 가졌다"며 "그들은 나를 잘 몰랐고, 우리 행정부가 어떨 것이라는 것에 관해 온갖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에 처음엔 우려가 있었지만 나는 그들과 얼굴을 맞대고 앉을 기회를 가졌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사람들은 나의 행정부가 어떤 지를 차츰 알게 됐고, 우리가 변함 없는 친구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라며 "친구란 기꺼이 진실을 말하고 이견이 있을 때는 이를 분명히 밝히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리의 협상 용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며 "우리는 열린 마음을 갖고 대화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그의 대선 공약인 감세문제 등에 관해 짧게 질문을 받은 뒤 회견을 끝냈다.

그러나 이어 열린 국무부의 정례 브리핑에서도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에게 비슷한 질문이 던져졌다.

일본 스웨덴 등 미국의 주요 우방국 지도자들이 부시 행정부의 기후협약 및 대북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많이 있다. 우방국들이 미국의 의도를 잘못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미국이 일부 분야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외교정책을 아직 분명히 밝히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는가?

이에 대해 바우처 대변인은 "그렇지 않다"며 이라크 발칸 중동문제 등에 대한 미국의 정책과 행동에 대해선 우방국들이 칭찬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바우처 대변인은 또 "우리가 모든 문제에 관해 항상 의견의 일치를 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일부 정책은 검토 중이고, 사람들은 그들이 생각하는 바와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말하지만 비판에 근거해 결론을 내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날 있었던 두 건의 기자회견 내용은 부시 대통령의 외교 능력에 대한 워싱턴의 회의적인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부시 대통령은 인근 국가인 멕시코 캐나다하고만 우의를 확인했을 뿐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을 빚고 있다"며 "미국이 자국의 이익만 고집하다간 국제사회에서 외면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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