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수현씨 성금-애도편지 전달 일본인 3명

  • 입력 2001년 3월 8일 18시 40분


“태산보다 무거운 죽음은 얼마나 위대한 죽음입니까. 그의 죽음을 믿고 싶지도 않고 그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휴머니즘을 갖고 있던 그는 정의감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 사이에 계속 살아 있습니다.”

일본 유학생인 중국 다롄(大連) 출신의 무윤굉(26)은 ‘태산보다 무겁다’는 중국 속담을 인용해 고 이수현(李秀賢)씨의 의로운 죽음을 애도하는 편지를 7일 일본인들을 통해 이씨 부모에게 전했다.

이날 오후 일본어교육진흥협회의 사토 지로(佐藤次郞)이사장, 아카몬카이(赤門會)일본어학교의 아라이 도키요시(新井時贊)이사장, 이씨를 기리는 모임 대표인 오기 유주루(小木當衣)아시아학생문화협회이사장 등 3명이 부산 연제구 연산9동 이씨의 본가와 유해가 안치된 정수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일본어학교 유학생과 교직원들이 모은 위로금 415만엔(약 4150만원)과 일본 내 276개 일본어학교에 재학중인 14개국 학생 349명이 쓴 애도와 위로의 편지를 이씨 아버지 이성대(李盛大)씨에게 전달했다.

몽골의 바트첸게르(24)는 “만약 제가 똑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서 수현씨의 용기와 인간성에 탄복했다”고 적었으며, 네팔의 나도나 스타핏도(20)는 “요즘은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씨는 그래도 인간애가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줬다”고 썼다.

일본어학교의 한 교직원은 “수현씨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병’이 만연해 있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심어줬다”며 “한국과 일본의 다릿돌이 되었을 수현씨를 이제 만날 수 없게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씨의 아버지는 “각국 친구들이 보낸 편지를 받고 보니 죽은 아들이 살아온 것처럼 고마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부산〓조용휘기자>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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