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구제역…유럽 '가축 대란'

  • 입력 2001년 2월 27일 18시 47분


광우병 파동에 이어 구제역(口蹄疫) 공포가 유럽을 휩쓸고 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 생기는 질병으로 인체에는 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전염성이 강해 축산업에는 치명적이다.

▽유럽국 비상〓프랑스는 27일 구제역 감염을 막기 위해 이달 초 영국에서 수입한 양 2만마리를 도살하기로 했다. 장 글라바니 농무장관은 이날 프랑스―인터라디오와의 회견에서 “프랑스에서는 아직 구제역 발생 보고가 없지만 예방 차원에서 도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영국산 양과 접촉한 프랑스 양 1600마리도 전염병 예방을 위해 도살될 예정.

독일은 26일 영국에서 출발한 항공편의 기내식 중 소비되지 않았거나 승객이 먹다 남긴 것을 수거해 소각하기 시작했다. 공항 청소원들은 방역복을 입고 영국발 항공기에 들어가 남은 기내식을 수거했으며 항공기 내부를 철저히 청소했다. 공항당국은 또 최근 2주간 영국내 농장에 들어간 사람이나 동물 가죽 등을 소지한 사람은 세관에 반드시 신고하도록 지시했다.

스페인은 영국산 돼지 540마리를 도축했으며 벨기에는 가축시장을 폐쇄한 상태에서 최근 영국에서 수입된 양 2000마리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발생 경위 확인〓영국의 구제역은 양 18마리에서 퍼진 것으로 밝혀졌다. 더 타임스는 27일 구제역 소동은 폰틀랜드의 프레스트윅 홀 농장에서 헥스햄 시장으로 팔려나간 18마리의 양이 퍼뜨렸다고 보도했다. 이 양들은 당시 감염됐거나 보균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며 4마일 떨어진 헤돈온더월의 돼지농장에서 바람에 실려온 병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구제역 진원지로 알려진 헤돈온더월 농장은 돼지를 정기적으로 에섹스주 리틀월리의 칠미츠 도축장으로 보내왔으며 이곳에서 19일 구제역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헥스햄 가축시장의 대변인 리처드 화이트록은 문제의 양 18마리가 팔린 날 가축시장에는 3800마리의 양과 85마리의 소가 있었으며 이들은 120명의 인근 축산농가에서 나온 가축이었다고 밝혔다.

▽영국 위기 심화〓27일 노스햄턴셔주의 우턴에서 13번째 구제역 발생이 보고되는 등 영국의 구제역 위기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또 3군데의 가축시장에서 2만 5000여마리의 동물이 구제역에 감염된 소 양 돼지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10만마리 이상의 동물이 도축 대상인 것으로 추산됐다.

유럽연합(EU)은 3월9일까지 영국산 가축과 육류에 대해 금수조치를 내릴 것이며 금수기간을 연장할지 여부는 다음 주 초 결정될 것이라고 데이비드 바이런 EU 집행위원장이 27일 밝혔다.

이에 따라 영국 축산농가는 적어도 6개월간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 농민과 식품 가공업자들은 수출손실에 대한 피해 보상으로 10억파운드(약2조원) 이상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EU 규정상 마지막 감염동물이 도축된 지 21일이 지나면 수출을 재개할 수 있으나 가장 최근에 구제역이 발생했던 그리스의 경우 6개월이 지나서야 EU집행위가 고기와 낙농제품의 수출을 허용했었다.

<정미경·박제균기자>pk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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