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분쟁 끝이 없다…유혈충돌 통제불능

  • 입력 2001년 2월 27일 18시 45분


《인도네시아가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각종 분쟁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다. 18일 시작된 보르네오섬 중부 칼리만탄주의 종족간 분쟁은 27일 현재 사망자가 1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비공식 집계가 나올 정도로 대량 살육전으로 치닫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6일 이 지역에 군과 경찰병력을 투입한 데 이어 비상사태 선포까지 검토 중이다. 이집트를 방문하고 있는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은 정예 특수부대 파견을 명령했다. 인도네시아는 1만3000여개의 섬에 걸쳐 300여 종족이 살고 있는 대표적인 다민족 국가. 사용되는 언어만도 300여가지에 이른다. 각양 각색의 종족이 사방에 흩어져 살다보니 정국 불안 등으로 중앙정부의 통제력이 약화될 때마다 분리독립 요구나 종족 및 종교 갈등이 불거지곤 했다. 이번 종족 분쟁도 와히드 대통령이 탄핵 압력을 받는 등 인도네시아 정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종족 및 종교 갈등〓종족 분쟁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개발과 인구분산을 목적으로 인위적인 이주정책을 실시하면서 비롯됐다. 원주민들은 종족은 물론 종교 언어 등이 전혀 다른 이주민이 자신들의 터전에 들어와 경제적 정치적 권리를 독점하는 데 대해 강한 적대감을 보여 왔다. 이번 칼리만탄주의 분쟁 역시 인근 마두라섬에서 이주해 온 마두라족에 대한 원주민 다약족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비롯된 것. 이 지역에서는 1997년에도 두 종족이 충돌해 100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한 적이 있다. 1999년 1월 이후 지금까지 수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동북부 말루쿠지역의 분쟁은 대표적인 종교 분쟁. 말루쿠는 당초 기독교도가 다수를 차지했지만 정부가 인근 술라웨시섬으로부터 이슬람교도를 이주시키면서 긴장이 고조돼 과격 이슬람단체가 기독교도에 대해 ‘지하드(성전·聖戰)’를 선포할 정도로 분쟁이 격화됐다.

▽분리독립 요구〓인도네시아 서북단의 아체주와 동쪽 끝 이리안자야주에서는 1998년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하야 이후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주민과 정부군 사이에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아체는 1873년부터 이곳을 점령했던 네덜란드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물러가자 완전 자치를 조건으로 인도네시아에 병합됐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약속을 어기고 세계 최대의 천연액화가스 생산지인 아체의 자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69년 인도네시아가 무력으로 합병한 뉴기니섬 서부의 이리안자야(일명 서파푸아) 역시 각종 자연자원의 보고(寶庫). 지난해 6월 주민 대표가 모여 분리 독립을 공식 선언했지만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도자들을 대거 체포하는 등 강경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비틀대는 국가경제〓각 지역의 분쟁이 악화되면서 가뜩이나 취약한 국가 경제에도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루피아화 가치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급락해 지난주 달러당 9610루피아에서 26일에는 9830루피아로 평가절하됐다.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루피아 가치가 계속 하락하자 달러당 1만루피아의 붕괴를 막기 위해 시장 개입을 선언한 뒤 곧바로 시중에 달러를 풀기 시작했다. 정국 불안으로 국가 신인도도 크게 떨어졌다. 리잘 람리 경제조정장관은 최근 스탠리 피셔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와 만나 지난해 12월 이후 연기된 차관 4억달러(약 5000억원)의 집행을 요청했으나 확답을 받지 못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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