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 "폭력 지속땐 평화협상 없다"

  • 입력 2001년 2월 9일 18시 33분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 당선자는 8일 예루살렘 차량폭탄 테러사건과 관련해 “폭력사태가 멈추지 않으면 중동 평화협상을 재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팔레스타인측에 경고했다.

샤론 당선자는 테러사건 직후 당선축하 전화를 걸어온 팔레스타인측의 2인자 마흐무드 압바스(일명 아부 마젠)에게 “나는 평화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폭력사태가 먼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라디오가 보도했다.

샤론은 특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측에 전투를 중단할 것과 완전한 평온을 지켜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오후 정통 유대교도 마을인 서예루살렘 메이르 셰아림 부근에서 차량에 장착된 폭탄이 터져 주위를 지나던 이스라엘 여성 1명이 다쳤다. 이번 사건은 샤론이 총리에 당선된 지 이틀 만에 발생한 것으로 이―팔간 평화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사건이 난 직후 이스라엘 방송은 경찰이 테러 용의자 2명을 체포했다고 전했으나 경찰은 “체포한 사람이 없다”고 부인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고위간부는 “상황이 분명치 않아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도 “사고 지역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몇 시간 뒤 ‘인민팔레스타인저항군(PPRF)’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단체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AFP 등에 보낸 팩스에서 “세포조직인 ‘사브라 샤틸라의 순교자들’이 폭탄을 터뜨렸다”며 “시오니스트 샤론의 오만함을 응징하는 테러가 잇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리 플레이셔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폭탄 테러를 비난하면서도 “이번 공격은 중동에 영속적인 평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도 이날 폭탄테러 직전 대통령 취임 뒤 처음으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전화를 걸어 “폭력사태를 일으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의 리처드 바우처 대변인은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제의로 지난 몇 달간 이―팔 양측에 논의된 중재안은 클린턴 대통령이 물러났기 때문에 더 이상 미국 정부나 백악관의 공식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샤론 당수가 이끄는 리쿠드당의 대표들은 9일 오전 노동당의 대표들을 만나 거국내각 구성방안을 논의했으며 샤론 총리당선자도 이날 오후 선거에서 패배한 에후드 바라크 총리와 만났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이 밝혔다. 샤론은 노동당에 거국내각 참여를 공식 요청했고 바라크 총리에게도 새 내각의 국방장관 등 일원으로 참여해 줄 것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