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진지동굴' 제주에 77곳 확인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56분


일제강점기에 제주지역에 만들어진 일본군 ‘진지(陣地)동굴’이 77개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동굴연구소(소장 손인석·孫仁錫)는 96년 말부터 4년여 동안 제주도 전역에 걸쳐 일본군이 구축한 인공동굴을 조사한 결과 제주시 14개소, 서귀포시 16개소, 남제주군 40개소, 북제주군 7개소 등으로 조사됐다고 29일 밝혔다.

특히 일본군 비행장이 들어섰던 남제주군 대정읍에는 20개소의 일본군 진지동굴이 발견됐다.

이처럼 제주 전역을 대상으로 일본군 진지동굴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일본군 진지동굴은 주저항진지와 전진거점진지 위장진지 등으로 나눠져 있으며 북제주군 한경면 가마오름에 구축된 동굴의 경우 총길이가 1.2㎞에 이르는 미로형으로 현재까지 발견된 진지동굴 중 최대 규모다. 이들 진지동굴의 대부분은 폭과 높이가 1∼2m로 만들어졌지만 대정읍 송악산 동굴 등 일부는 소형 군용차량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다.

이들 동굴은 일본 오키나와(沖繩)가 미군에 점령된 뒤 일본군 7만여명이 제주로 집결한 1945년에 대부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연구소측은 “향토사학자와 군사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동학술조사를 실시해 진지동굴을 전쟁유적지로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jy788@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