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군정, 정치범 520명 살해 수장·화장

입력 2001-01-09 15:08수정 2009-09-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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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군정시절(1973∼1990) 실종된 반체제 인사 가운데 520여명이 고문 끝에 살해돼 바다에 수장되거나 안데스 산악지역에 유기되고 일부는 화장(火葬)됐다는 충격적인 보고서가 나와 칠레 국민을 경악시키고 있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실종자 행방확인에 미온적이었던 칠레 군부가 가톨릭 교회 및 인권단체들과 공동으로 6개월간의 조사끝에 작성, 지난주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에게 제출한 것. 칠레의 유력 일간 라 테르세라 데 산티아고가 이를 입수, 8일 공개했다.

설마했던 인권단체와 실종자 유족은 군부의 잔혹행위가 낱낱이 사실로 확인되자 납치와 살인 혐의로 조사가 진행중인 군부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대통령의 처벌을 더욱 거세게 촉구하고 나섰다.

라고스 대통령은 이날 밤 TV와 라디오 등 칠레 방송매체를 통한 발표에서 군부와 인권단체들이 작성한 군정 실종자 180명의 행방에 관한 보고서가 접수됐다 고 밝히고 보고서의 내용이 너무 잔인해 매우 가슴이 아팠다 고 말했다.

라고스 대통령은 보고서에 언급된 180명 가운데 130명은 칠레 전역의 호수와 강 또는 바다에 수장됐고 나머지는 험준한 산악지역에 버려져 산짐승들의 먹이가 됐다 고 설명했다.

인권단체들은 군정시절 피노체트 전대통령이 만들었던 죽음의 특공대 등 군경 정보기관에 납치돼 희생된 반체제인사는 3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편 테르세라는 군부가 제출한 실종자 보고서에는 라고스 대통령이 발표한 180명 외에 고문 끝에 사망한 뒤 화장된 정치범 182명과 암매장된 160명 등 보고서를 통해 파악된 실종자 수가 522명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테르세라는 수장된 군정 희생자 가운데 27명은 여러 대의 헬리콥터에 태워져 수도 산티아고 남서쪽 110㎞ 지점의 산 안토니오 인근 바다에, 나머지는 산티아고에서 남쪽으로 각각 500㎞와 190㎞쯤 떨어진 비오비오강과 톨텐강 등에 던져졌다고 폭로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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