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복고바람 주도…"강력한 러시아 재건"

  • 입력 2000년 12월 8일 18시 31분


‘강력한 러시아’ 재건을 내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옛 소련에 대한 향수 풍조를 업고 복고(復古) 바람을 주도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구 소련 국가(國歌)와 ‘적기(赤旗)’로 불렸던 소련군기를 부활하는 법안을 국가두마(하원)에 제출해 8일 통과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또 붉은 광장에 있는 소련의 초대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묘를 옮기자는 자유주의 지식인과 우파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소련 냄새’가 물씬 풍기는 국가소비에트(평의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국가 최고심의기구로 삼았다. 첩보기구와 군사력을 강화했으며 군수산업 지원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일련의 정책은 초강대국이었던 소련 시절을 그리워하는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군부도 ‘붉은 군대’로 불렸던 세계 최강의 소련군을 상징했던 옛 군기의 부활을 환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파와 지식계층은 “청산해야 할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냐”며 우려하고 있다. 우파는 8일 표결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원을 받은 공산당과 대결했으나 참패했다.

우파연합(SPS)은 공산체제를 상징하는 레닌묘를 이장하고 그 자리에 공산체제에서 희생된 사람을 위한 기념관을 만들자고 맞섰다.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하원부의장은 “레닌묘뿐만 아니라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시체도 고향인 그루지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일련의 복고정책을 놓고 권력을 물려주었던 정치적 대부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도 충돌했다. 재임 중 소련체제 청산을 추진했던 옐친 전 대통령은 8일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우다와의 인터뷰에서 “재임 중 공산당을 불법화하지 못한 일과 레닌묘를 이장하지 못한 것이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낸 것. 푸틴 대통령 측은 “옐친 전 대통령은 시민의 한 사람으로 개인의견을 표시한 만큼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무시해버렸다. 한때 ‘부자지간’ 소리를 들었을 만큼 가까웠던 두 사람 사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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