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심리 공방]'수검표 인정' 치열한 법리공방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4분


20일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대법원의 심리는 7명의 대법관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변호인들에게 송곳질문을 던져 마치 청문회를 지켜보는 듯한 긴장감이 흘렀다.

쟁점은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플로리다주의 개표 결과에 산입(算入)시킬 것인지의 여부로 양당 변호인들은 나름의 법적 논거를 제시하며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찰스 웰스 대법원장은 “본 법정은 이번 심리의 역사적 중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며 민주당에 이어 공화당측 변호인들의 변론을 1시간씩 들었다.

민주당의 첫 주자인 폴 핸콕 변호사(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의 대리인)는 “주 정부 관리들은 대선에 참가한 유권자들의 표를 집계,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가릴 책임이 있다”며 “행정적 불편과 효율성, 기계 검표의 한계보다 유권자들의 투표권 보호가 더 중요하며 투표권은 당연히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를 셀 권리도 포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명의 대법관들은 돌아가며 양당 변호사들에게 유권자들의 투표권 차별 여부와 플로리다 주의 개표 연장시한 등 쟁점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페기 퀸스 대법관은 민주당측 데이비드 보이스 변호사에게 대법원이 주 전체의 재검표를 명령하면 선거인단 선출 이전까지 완료할 수 있는 지를 물었다.

이에 보이스 변호사는 “가능하다. 수작업 재검표가 선거인단 선출(12월12일)에 지장을 주지 않는 만큼 반드시 주의 최종 개표결과 집계에 수검표 결과가 포함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연방법의 규정에 따라 특정 시한을 제시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법원은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대법관들은 공화당측 변호인들에게는 보다 공세적인 질문을 던졌다. 바버라 패리언트 대법관은 “캐서린 해리스 플로리다주 국무장관이 수작업 재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재량권을 넘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해리 리 안스테드 대법관은 해리스 장관을 대리한 조지프 클록 주니어 변호사에게 선거일 뒤 1주일간인 플로리다주의 개표보고 마감시한이 절대적인 것인지를 추궁했다.

이에 클록 변호사는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고 인정했으나 “고교생이 과제를 제출 전날 밤에 시작했더라도 다음날 아침에는 내야 하는 것처럼 수작업 재검표도 마감시한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웰스 대법원장은 공화당의 마이클 카빈 변호사에게 “개표결과가 빨리 확정되지 않으면 플로리다주 선거가 위기에 빠지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라”고 요구했다.

이에 카빈 변호사는 “이미 위기에 빠져 있다. 민주당은 주 법률상의 강제적인 재개표 시한을 무시할 권한이 전혀 없다”며 “플로리다 입법부가 제정한 법률에 어긋나는 어떠한 행동도 재량권의 남용이며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주법의 준수를 촉구했다.

7명의 대법관들은 상충되는 ‘유권자의 권리보호’라는 측면 때문에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존중하지 않을 경우 유권자들의 투표권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는 반면 연방법 등이 허용하는 시간에 맞추지 못하면 플로리다주 전체의 개표 결과가 거부될 수도 있다. 따라서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이런 ‘법익 충돌’을 조화롭게 해결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심리가 끝난 뒤 민주당측은 “우리가 유리했다”며 수작업 재검표가 인정될 것을 기대하는 눈치인 반면 공화당측은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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