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리, 48시간내 사임"

  • 입력 2000년 11월 20일 00시 18분


최근 부정선거와 부패스캔들로 10년 독재정권 붕괴위기에 봉착한 알베르토 후지모리(62) 페루 대통령이 19일 48시간 내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고 곧 페루 내각은 이에 반발해 총사퇴를 결정했다.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이후 일본에 머물고 있는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날 도쿄(東京)에서 자신이 곧 사임할 것이라는 총리와 제2부통령의 발언을 확인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날 앞서 리카르도 마르케스 제2부통령은 후지모리 대통령이 내년 4월 새 대선과 7월의 차기 대통령 정권인수 때까지 대통령직을 맡아줄 것을 자신에게 요청했다고 말했고, 페데리코 살라스 총리 역시 후지모리 대통령이 향후 48시간 이내에 퇴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후지모리 대통령은 이날 숙소인 도쿄호텔로 몰려든 수많은 취재진들의 면담요청을 거부했으나, 익명을 요구한 도쿄 주재 페루대사관의 한 관계자가 스페인어로 된 후지모리 대통령의 사임에 관한 성명문을 전달했다.

성명문은 "후지모리 대통령 자신이 대통령직 사임 의사를 확인했다"면서 "그는 48시간 안에 새로 선출된 의회 의장과 함께 사임계획을 공식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후지모리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임 발표 직후, 페루 내각은 크게 반발하며 내각 총사퇴를 결정했다.

각료들은 성명을 통해 "후지모리의 사임 결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더구나 외국에서 이같은 발표를 한 것에 대해 분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항의하는 뜻으로 내각 전체가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각료들은 "과도내각이 구성되고 정치적 안정이 자리잡을 때까지 현재의 임무를 계속 수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APEC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17~18일)의 참석 일정을 변경해 일본을 방문, 지금까지 머물고 있는 후지모리 대통령이 페루로 돌아갈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살라스 총리는 19일 후지모리 대통령이 사퇴서 제출을 위해 22일 귀국할 것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지만 정치적 위기 속에 망명설까지 나돌고 있는 그가 과연 귀국할지는 현재로서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야당 지도자 알레한드로 톨레도는 이날 "후지모리 대통령은 즉시 귀국해 사퇴서를 의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곧 구성될 과도내각은 부통령이 아닌 의회 의장이 이끌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마 AP·AFP·d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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