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책]IT선진국-민주적 전통-문화의 보고 '인도의 힘'

  • 입력 2000년 11월 17일 18시 46분


□'인도, 21세기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남상욱 지음/ 447쪽/ 1만8000원/ 일빛

1999년 5월, 인도 남부의 우주로케트 발사장. 굉음과 함께 화염을 뿜으며 로케트가 푸른 창공으로 날아 올랐다. 미국 프랑스 중국에 이어 인도가 세계 4번째로 상업용 로케트 발사 기술을 보유하는 순간이었다. 이 책은 그 의미를 ‘후진국 인도는 20세기와 함께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인도는 더이상 후진국이 아니다’라고 적고 있다.

인도는 이제 신비와 명상의 나라가 아니다. 가난과 종교 갈등의 나라, 신분제 카스트의 나라도 아니다.

인도 주재 공사인 저자가 쓴 이 인도 보고서는 인도에 대한 우리의 통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명상 종교 여행서가 주류였던 기존의 책과는인도 안내서와는 그 출발부터가 다르다. 인도의 경제 정치 등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와 지금의 일상문화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도의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점유율은 20%. 미국 다음가는 소프트웨어 강국이다. IT 분야의 최고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부여하는 세이캄5(SEI―CAMM5) 등급을 받은 전세계 50여개 기업 중 29개가 인도 회사다. 세계 500대 기업 중 200여 기업이 인도인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인도인이 없으면 미국 실리콘밸리는 문을 닫아야 한다. 2000년 현재 실리콘밸리 전체 기술 인력의 40%에 달하는 40만명이 인도인이다. 인도의 실리콘밸리인 방갈로르엔 5만5000명의 IT 기술자와 400여개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있다. 지난해 인도의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40억달러. 2020년 인도의 경제규모가 세계 1, 2위를 다툴 것이란 전망도 소개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핵무기를 보유한 군사 강국, 달나라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려는 야심을 키울만큼 과학이 발전한 나라, 제2의 할리우드로 불릴만큼 영화산업이 번창한 나라, 노벨문학상 평화상 외에도 노벨물리학상(2회) 의학상 경제학상을 수상한 나라.

저자는 이같은 경제 과학 발전의 힘을 우선 인도의 민주주의에서 찾는다. 선거 때는 혼탁하기 그지 없지만 군부가 한번도 정치에 개입한 적이 없는 나라. 고대부터 권력을 분점하고 합의를 통해 문제를 처리하는 판차야트(Panchayat), 만다리(Mandhari)의 전통을 지닌 나라. 인도인의 뛰어난 수학적 자질도 중요한 힘이다. 수학에서 제로(영·零)의 개념을 처음 발견한 것도 인도인이었다. 의술도 발달했었다. 노벨물리학상 의학상 수상은 우연이 아니다.

이 책은 또 잘 몰랐던 인도인의 일상문화도 흥미롭게 보여준다. 결혼지참금 때문에 매년 1만명의 여성이 목숨을 잃어야 하면서도 하원 정원의 33%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법안을 검토 중인 아이러니의 나라. 요즘엔 결혼 지참금 대신 우리 현대의 산트로와 대우의 마티즈 승용차를 선호한다는 얘기도 슬쩍 전해준다.

인도는 또 재판기간이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이기도 하다. 형사재판은 종결까지 5∼10년, 민사재판은 20∼25년. 대기 중인 재판만해도 3000만건. 1962년 살인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한 남자는 무려 37년간 재판을 받지 못한 채 감옥에 있다 올해 정신병원에 실려가면서 비로소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 440달러에 불과하면서도 세계에서 금을 가장 좋아하는 인도인. 그들의 금 사용 정도에 따라 세계 금시장의 가격이 휘청거릴 정도다.

물론 여전히 고질적인 가난, 높은 문맹률, 재정 적자, 공공 인프라 부족 등 열악한 면이 많다는 점을 저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그것이 인도의 전부가 아니다.

급변하는 인도. 인도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변해야 한다. “인도는 적어도 10년 이내에 우리에게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다음가는 중요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20일부터 구입 가능.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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