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인단 '교차투표' 가능할까…"이번선거 새 변수" 분석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7분


미국 플로리다주의 선거 결과가 논란이 되는 이유는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을 확보하는 대선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해 대통령에 당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일 선거인단 투표가 이루어지는 12월18일(법적으로는 12월 둘째 수요일 다음 월요일) 상대 당 후보에게 ‘교차투표(Cross Voting)’를 하는 선거인이 있다면….

앨 고어 민주당 후보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수가 별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교차투표가 이루어진다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과연 선거인단을 뽑은 주민의 의사에 반하는 교차투표는 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미국 50개주 가운데 24개주는 선거인단이 자당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26개주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자당 후보에 대한 투표 의무를 규정한 24개주 가운데 19개주는 처벌 규정이 없다.

처벌 규정이 있는 5개주도 벌금 1000달러(오클라호마) 등으로 처벌이 경미하다. 문제 지역인 플로리다나 아이오와주도 자당 후보에 대한 투표 의무 규정이 없는 주에 속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는 것. USA투데이지가 13일 선거인단에 내정된 22명을 인터뷰한 결과 교차투표를 하겠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고어 후보가 승리한 캘리포니아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레이첼 비나는 “장관자리를 준다해도 부시를 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각 당이 주 당대회 또는 주 당집행위원회에서 선거인단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충성심이 검증된 사람을 뽑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시사 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미국 역사상 대통령 선거인단을 지낸 1만8000여명 가운데 9명만이 교차투표를 했다고 전했다. 그 9명의 교차투표도 대선 결과에 영향을 미친 일은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미 양당의 진흙탕 싸움으로 미국의 선거문화가 얼룩진 상황에서 교차투표가 또 하나의 변수로 등장할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플로리다주 공화당 선거인단 후보인 신시아 핸들리는 13일 “유권자 총투표에서 이긴 고어 후보에게 투표할 것을 종용받고 있다”고 폭로해 벌써 양당 사이에 치열한 선거인단 회유작업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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