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양분위기 팜비치…"표도둑" 과격구호 난무

  • 입력 2000년 11월 14일 18시 46분


《미국대통령 선거 개표를 둘러싼 정쟁(政爭)의 진앙인 플로리다주 팜비치는 13일 오후(한국시간 14일 오전)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뒤엉켜 벌인 대규모 도심시위로 일촉즉발의 긴박감마저 감돌았다.

시위대 주변에는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경찰관이 배치됐으며 팜비치카운티 청사주변 지상에는 기마경찰이 순찰을 돌고 상공에는 3대의 방송사 헬기가 낮게 선회하며 시위대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아 긴장된 분위기를 더했다.》

미국대통령 선거 개표를 둘러싼 정쟁(政爭)의 진앙인 플로리다주 팜비치는 13일 오후(한국시간 14일 오전)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이 뒤엉켜 벌인 대규모 도심시위로 일촉즉발의 긴박감마저 감돌았다.

시위대 주변에는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경찰관이 배치됐으며 팜비치카운티 청사주변 지상에는 기마경찰이 순찰을 돌고 상공에는 3대의 방송사 헬기가 낮게 선회하며 시위대의 움직임을 카메라에 담아 긴장된 분위기를 더했다.

이날 오후 3시반부터 웨스트팜비치 중심가에 있는 마이어 야외공연장에서 벌어진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지지모임은 3000여명의 열성지지자들이 외치는 “재투표를 실시하라”는 함성이 열기를 뿜었다.

특히 이날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의 동생이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 주정부측이 ‘14일 오후 5시까지 집계를 마쳐야 한다’는 방침을 발표한 데 반발해 시위 열기는 한층 고조됐다.

▼양측 지지자 곳곳 실랑이▼

야외공연장을 가득 메운 피켓 가운데는 ‘부시는 표도둑’이란 과격한 구호도 눈에 띄었다.

모임을 주도한 제시 잭슨 목사는 집회 막바지에 등단해 “지금 상황은 헌정위기가 아니라 개표집계의 위기”라며 단합을 촉구했다.

공연장을 떠난 민주당 지지행렬이 시가행진의 목표인 팜비치카운티 청사부근에 이르렀을 무렵 갑자기 나타난 공화당 지지자 1000여명이 이들을 가로막고 실랑이를 벌이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공화당 지지자들은 ‘불쌍한 패배자 고어(Sore loser Gore)’ 등의 피켓을 들고 사거리 한복판에서 민주당 지지자들과 고함을 주고받았다.

공화당 지지자라고 밝힌 주민 데이비드 로젠탈(48)은 “100% 완벽한 제도란 있을 수 없는 것”이라며 “민주당측이 의도적으로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회계사 리앤 데이비스(42)는 기자에게 “92년 선거 때도 부시 후보의 아버지를 찍었지만 주민들의 의사가 왜곡된 만큼 팜비치 차원에서라도 재선거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 극성이냐" 짜증도▼

양측 진영의 감정대립이 격화되면서 아예 본업을 제쳐놓고 시위에 참여하는 열성지지자도 늘어나는 분위기였다. 민주당 지지시위에 참여한 플로리다주 교사노조위원장 테리 토머스(53)는 “지난 1주일간 다른 일을 전폐하고 지지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일 계속되는 시위에 식상해하며 넌더리를 내는 사람도 많았다. 한 운전사는 “독립전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연일 극성스러운 시위를 벌이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투표함 재해본부 이송▼

팜비치 카운티 관계자들은 비좁은 카운티 청사 1층에서는 재검표를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인 ‘재해대책본부(EOC)’로 투표함을 옮기느라 13일 하루종일 부산하게 움직였다. EOC 건물은 허리케인 피해에 대비해 마련된 곳. 카운티 관계자들은 100여평 규모의 계단식 공간에서 14일 오전 7시부터 수작업 재검표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날 밤 늦게까지 재검표 취재를 원하는 기자들의 등록을 받았다.

그러나 14일 오전 팜비치 카운티가 재검표를 중단하기로 결정, ‘역사적인’ 장면을 취재하려던 기자들의 꿈은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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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팜비치=이동관 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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