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機 추락]"폐쇄 활주로 잘못 진입 추락"

  • 입력 2000년 11월 4일 00시 11분


지난달 31일 대만 타이베이(臺北)공항에서 일어난 싱가포르에어라인 소속 보잉 747―400 점보 제트기 사고는 폐쇄된 활주로에 잘못 진입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항공안전위원회 조사국 용케이 국장은 3일 “사고 비행기가 폐쇄된 활주로를 이용해 이륙하려다 보수공사 중이던 건설장비와 부닥치며 일어났다”고 밝혔다. 원래는 ‘05L’ 활주로를 이용해야 했으나 분명하지 않은 이유로 옆에 있는 ‘05R’로 진입해 이륙을 시도했던 것.

용 국장은 “사고기를 조종한 기장은 ‘05R’ 활주로가 폐쇄된 것을 이륙 전에 알고 있었다”면서 “엉뚱한 활주로에 진입한 것이 기장의 잘못인지, 관제탑에서 잘못 지시한 것인지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 국장은 사고현장 조사, 블랙박스에서 수거한 조종사와 관제탑 간의 대화내용, 탑승객의 진술 등을 토대로 사고기가 보수작업에 사용된 굴착기와 콘크리트 블록 등 건설장비들이 흩어져 있는 활주로를 달리다 폭발사고를 일으킨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일부 전문가는 비행기 잔해가 폐쇄된 활주로 위에서 많이 발견된 점을 들어 활주로를 잘못 선택해 일어난 사고라고 주장했으나 싱가포르에어라인측은 이런 가능성을 부인했었다. 이날 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이 항공사의 릭 클레멘츠 공무담당 부사장은 추락기가 다른 활주로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대만 항공국 관리는 8월31일자로 타이베이공항에 이착륙하는 항공기에 활주로 일부가 폐쇄된 사실을 통보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폐쇄된 활주로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보호물과 경고등은 설치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타이베이를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려던 보잉기는 지난달 31일 밤 폭풍우 속에 이륙하려다가 추락, 폭발했으며 탑승객 179명 중 81명이 숨졌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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