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여객기 추락]"최소 77명 사망-70여명 부상"

  • 입력 2000년 11월 1일 04시 00분


승객과 승무원 179명을 태운 싱가포르 항공 소속보잉 747 여객기가 31일 밤 악천우 속에 대만(臺灣) 타이베이(臺北) 장카이섹국제공항을 이륙하던 중 추락해 최소 77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부상했다.

대만 민간항공국은 "이날 밤 11시18분(한국시간 1일 오전 0시18분) 타이베이 국제공항을 떠나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SQ 006 보잉 747 여객기가 이륙 직후 추락했다"면서 "추락과 함께 기체가 폭발해 현재까지 7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창쿠오쳉 민간항공국 부국장은 "전체 탑승자 중 84명이 생존했고 이중 16명은 부상없이 무사히 구출됐다"면서 현재 기체수습과 함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 27명에 대한 구조·수색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여객기가 갑자기 추락하면서 큰 폭발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이면서 세 동강났다고 말했다.

항공기의 추락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항공기기 화염에 휩싸이기 직전 이륙 활주로를 벗어나 보수중이던 옆 활주로로 미끄러졌다고 대만 항공안전위원회 소속 추광찬씨가 말했다.

그는 항공기가 미끄러진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현지 방송들은 사고현장 인근에 크레인 등 건설공사 장비가 쌓여있었다면서 사고원인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도했다.

반면 구조대와 현지 경찰들은 태풍으로 인한 강력한 돌풍이 여객기를 급강하시켜 추락했을 것이라고 추정하면서 이 때문에 동체가 화염에 휩싸임과 동시에 충격으로 인해 앞부분에 큰 구멍이 뚫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항공측은 "사고기 조종사에 따르면 활주로에 이상한 물체가 보여 이를 피하려 했으나 결국 부딪히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구조대는 추락 여객기의 블랙박스 한 개를 사고현장에서 회수했다면서 곧 기록내용을 토대로 추락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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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지난 72년 창사이래 세계에게 가장 안전한 항공사라는 평판을 받아온 싱가포르 항공의 첫 추락사고다. 또 98년 중화항공 소속 에어버스 A300기가 추락해 202명의 사망자를 낸 이후 대만에서 처음 발생한 대형 참사다.

추락한 싱가포르 항공 여객기에는 대만인이 55명으로 가장 많이 탑승했고 그 다음으로 미국인 47명이 탔으며 싱가포르와 인도인 11명, 말레이시아인 8명,인도네시아인 5명, 멕시코인 4명, 일본인과 독일일 1명 등도 탑승자 명단에 올라 있다. 그러나 한국인은 탑승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직후 현장에 출동한 1백여명의 구조대원들은 악천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부서진 동체 속에 남아 있는 탑승객들에 대한 구조·수색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부상자가 많아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만인 신혼부부 등 구조된 승객들은 "여객기가 이륙을 하던 중 '쾅'하는 충돌소리가 크게 들렸다"면서 "순간 비행기가 왼쪽으로 기울었고 기체 앞부분에서 화염이 솟아 올랐다"고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또 "이륙 직전 기체가 강한 바람으로 흔들리는 것을 느껴 매우 불안했었다"면서 "그러나 승무원들은 아무 문제없다면서 승객들을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대만에는 1일 오전 태풍경보가 내려졌으며 타이베이에서는 현재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몰아치고 있다.

[타이베이 AP·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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